
▲2호 집수지 출토 목간 (앞면). (사진제공=부산시)
부산박물관(관장 이원복) 문화재조사팀은 연제구청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배산성지 1차 문화재 발굴조사를 지난 18일 종료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4월 12일부터 실시한 발굴조사는 8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원형집수지(圓形集水池) 2기를 발굴했으며, 그 중 2호 집수지(직경 13m, 깊이 4.6m)는 영남권 최대 규모의 계단식 원형집수지로 확인됐다.
또한 삼국~통일신라시대에 해당하는 토기와 기와가 수 백점 출토되는 등 다양한 조사 성과를 내놓았다.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심정보(한밭대 명예교수) 자문위원은 "배산성 집수지는 신라 원형집수지 중 국내 최대급이며, 이 정도의 저수량이라면 산성 내에서 상당한 인원이 정주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집수지 호안석축(護岸石築)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설계에 의해서 축조됐는데, 신라인의 높은 건축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서 향후 복원 정비 과정에서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1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은 부산 최초의 목간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파편(잔존 길이 6cm, 너비 3cm)인데다가 글자도 1∼2자 정도여서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발굴조사 막바지에 2호 집수지 바닥에서 목간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번에 확인된 목간은 잔존 길이 29cm, 너비 6cm 정도로, 1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목간보다 크기나 잔존 상태가 월등히 양호하다.
목간에는 상당히 많은 글자가 남아 있으며, 중앙과 오른쪽 상단 부위에서 묵서(墨書)가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된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적외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현재까지 식별된 묵서 내용은 촌, 날짜와 단위 등이며, 함안 성산산성 집수지 출토 목간자료와 비교해 볼 때 촌락에서 관청으로 물품을 정기적으로 상납한 기록물로 판단된다"며 "주변에서 수습된 목간 파편 10여 점과 더불어 향후 정밀한 묵서 판독을 위해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목간 판독 자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국 고대사 연구의 기초 사료는 1145년에 간행된 <삼국사기>가 가장 빠른 자료이나, 당대의 1차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학계에서는 이번 목간이 거칠산군의 실체 규명 등 부산 고대사 복원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1호 집수지에서 바닥에서 출토된 돗자리(추정)는 길이 250cm, 너비 100cm 정도의 완형으로, 대나무를 엮었던 초본류 연결재가 체크 무늬상으로 눌러 붙어 있는 등 상태가 양호하다.
대나무를 가늘게 엮어서 만든 대형 돗자리는 국내에서도 출토 사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유물로서 연구자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향후 박물관 전시 자료로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유물 손상을 최소화하고 온전한 수습 방안을 찾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자문회의를 개최했으며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다"며 "그러나 수습 및 보존처리 비용 문제가 가장 큰 난관이며 향후 예산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