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금연에 성공하고 담배를 멀리한지 일 년이 넘어가는 필자도 가끔 1950년대 한창 인기를 끌었던 영원한 청춘스타 제임스 딘이 담배를 물고 있는 그림이 생각난다.
담배는 생각나지 않는데 왜 이 사진이 생각나는 걸까.
사실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담배를 배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서 생각해보면 담배를 미화했다는 것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겠지만 당시에는 담배가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오늘은 제임스 딘이 물고 있던 그 담배 “말보로”를 생산하고 있는 필립모리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한다.
필립모리스는 1900년에 설립된 회사로 전 세계 50개국에서 생산을 하고, 180개국에서 판매를 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다.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15%이상이고, 현재도 담배를 제일 많이 팔고 있다.
유명한 말보로에 이어 최근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IQOS)가 인기다.
2017년 초반 90달러였던 필립모리스 주가는 작년 말 12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배당도 일 년에 5%이상을 주는 고배당종목이기도 하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배당수익률이 하나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담배를 끊었기 때문에? 담배회사는 죄악주이기 때문에? 혹은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우려해서?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의 유해성은 논란이 적지 않다. 기존 담배도 건강에 좋지 않으나 긴장을 풀어준다거나 식후에 입가심으로 좋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유해성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다.

▲1950~60년대 담배회사들의 매출에 상당을 영향을 끼친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생전 모습. (사진=영화 ‘자이언트’ 스틸 컷)
흡연자 감소에도 담배회사 잘나가는 이유는?
그럼 필립모리스 주식이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유해성을 논외로 한다고 해도 미국처럼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코스는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담배보다 나아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부분도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다. 앞으로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유해성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 이 부분이 필립모리스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흡연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6년에 16%였던 미국의 흡연율이 2017년에는 14%로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십대들의 흡연율도 9%로 최저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임스 딘이 사고로 사망하고 나서 50%라는 최대의 흡연율을 기록한 5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흡연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담배를 엄청나게 피우고 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아니었으면 이미 많은 담배회사가 도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담배회사는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걸까.
비결은 흡연율 감소에 따른 실적악화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담뱃값을 꾸준히 인상했다는 것이다. 현재도 미국의 평균 담뱃값은 7달러대이고, 호주는 무려 20달러대이다. 한국의 담뱃값이 얼마나 저렴한지 아실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흡연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담배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ritish American Tobacco)가 레이놀즈(Reynolds)를 인수하며 필립모리스의 아성에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멜(Camel)과 팰맬(Pall Mall)을 앞세워 말보로의 매출을 갉아먹고 있다. 미국에서 말보로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43%를 보이고 있는데, 사실 서서히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넷째, 시장금리 상승으로 고배당의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
실제 금리가 상승하면 제일 피해를 보는 업종이 유틸리티업종인데, 이 업종은 국내의 한국전력과 같이 공공기업이 많이 포진해있고, 성장은 멈추었지만 꾸준한 수익으로 배당을 많이 준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어차피 시장에서도 금리가 올라 배당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 유틸리티업종을 기피하는 것인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필립모리스의 주가는 작년과는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30% 가까이 상승한 주가는 올해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만 현재까지 25%가량 하락했고, 여전히 주가전망도 어둡다.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배당수익률은 5.72%까지 상승했지만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이유로 인해서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투자목적으로 담배회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위의 내용을 참고했으면 한다. 우리의 소중한 돈이 한낱 담배연기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하나금융투자 장우석 이사]
* [장우석의 미국 주식]은 월 2회 연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