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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㉒] 재벌개혁 공룡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말하다

경제개혁 화두 한 바구니에…거대 후폭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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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8.12.31 09:05:10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 간 다뤘던 내용 중 독자들의 반응이 컸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사안별로 정리해본다. (CNB=이성호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추진
사익편취·불공정거래 등 핫이슈 총망라
통과 되면 재벌구조 뿌리 흔들 대변혁


올해 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의 하나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 지난 11월 30일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재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는데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 폐지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20%로 일원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 금지하되,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 허용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또는 예방)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담합·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시 손해액 입증을 지원하기 위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제 도입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보유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는 20%→30%로, 비상장회사는 40%→50%로 상향 등을 담았다.

 

8월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정위)


경총·대한상의 등 반대 폭풍 거세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법률(공정거래법,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즉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 하지만 그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 기업을 감싸고 일반 국민·소비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이 제도로 인해 폐해가 커 신속·엄정한 조치가 필요한 부당한 공동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외려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가격담합, 공급제한담합, 시장분할담합, 입찰담합 등 담합사건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른바 경성담합(硬性談合)에 대해서만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했다. 법이 개정돼 시행될 경우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공정위와 검찰청 간에 사건 관련 자료 등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선 움직임과 관련, 반발하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일단 국회 정무위원회에 의하면 공정거래 사건의 위법성 판단은 절도·폭행 등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달리 공정위의 전문성이 요구됨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경쟁사의 악의적·음해성 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전속고발권 폐지시 공정위의 조사 없이도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거나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담합 조사를 위해 회사 내외부의 각종 활동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를 한다면 기업에 많은 부담과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지난 7일 국회 상임위에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3일 고발제 폐지로 인한 공정위·검찰 간 이견발생시 조정방안과 고발남용 방지책 마련을 국회에 건의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30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CNB포토뱅크)


일감몰아주기, 뿌리 채 뽑는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이야 말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핵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다.

이에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가 총수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상장 30%, 비상장 20%)인 다른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 타 사업자와의 합리적인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12.1%(147개사), 2016년 14.9%(80개사), 2017년 14.1%(203개사)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규모는 2015년 8.9조원(평균 0.06조), 2016년 7.5조원(평균 0.09조), 2017년 14조원(평균 0.07조)이다.

특히 2017년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1.4%, 50% 이상은 18.4%, 100%는 66%나 됐다.

이는 법망을 빠져나가는 구멍이 많다는 얘기다. 오너일가 지분 보유 기준이 30% 이하이다 보니 이 규제 바로 밑까지 지분을 낮춰 면죄부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 현행법상 ▲긴밀하고 유기적인 거래관계가 오랜 기간 지속돼 업무 이해도, 숙련도, 협업체계 등에 있어서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거래 ▲보안성 또는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 등은 규제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공정위가 메스를 들었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지분요건을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회사가 발행주식총수의 50퍼센트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대상에 포함시켜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60개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는 226곳이나 공정위 강화안이 시행될 경우 규제 대상은 623곳으로 확대된다.

중흥건설 55개사로 가장 많고 효성그룹 47개사, GS 32개사, 호반건설 31개사, 유진 29개사 등이며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HDC아이콘트롤스, 태영건설, 삼성생명, GS건설, 한화, 신세계, 이마트, 한진칼, LS, 영풍, OCI, 하림지주, 태광산업, 한라홀딩스,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넷마블, 하이트진로홀딩스 등 기업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 같은 강화방침에 대해서 반대 또한 만만치 않다.

국회 등에 따르면 상대방의 일감몰아주기 거래로부터 특정 계열사가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계열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에게 늘 이익이 돌아가고, 그러한 이익의 귀속이 부당하다고 간주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더불어 재계에서는 규제대상 기업 확대는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총 등에 따르면 사업을 확대할 때 수직·수평적으로 업무를 분할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거나, 합작회사 등을 설립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인데 이로 인해 생겨난 계열사간 거래를 사익편취 규제로 제약하는 것은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사익편취 규제로 인해 대주주들의 대규모 지분 매각시 주식가격의 하락,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적대적 M&A 위협, 과도한 경영 개입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지주회사의 자회사까지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대표자 현황. (자료=공정위)


재벌家 공익법인, 베일 벗나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도 재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공익법인의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 금지하되, 계열회사가 상장회사인 경우에는 임원임면·합병 등의 사유에 한정해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의 수와 합산해 그 계열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5퍼센트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키로 했다.

이는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익법인은 말 그대로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사실상 세제혜택을 받고 이사장 등의 직책에서 지배력을 행사함은 물론 총수일가 또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빈번하다는 것.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공정위의 2017년 기준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 이들은 총 165개의 공익법인을 보유, 이 중 66개 공익법인이 총 119개 계열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공익법인들은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 지출이 전체 수입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했고, 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83.6%에 달했다.

더군다나 재벌 공익법인들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와 2세 출자회사 지분을 주로 보유하며 의결권을 적극 행사했는데, 모두 찬성이었다. 또 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119개 계열사 중 112개의 주식에 대해 상증세를 면제 받았다.

이에 공정위는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私益) 추구를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주로 공익법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결권 규제가 기부 등 활동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물론 재계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장려해야 할 공인법인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대주주의 편법 지배력 확대 소지가 없는 경우까지 과잉 규제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밖에도 손해배상소송에서 자료제출의무를 강화하면 중요 영업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견을 국회 상임위에 전달한 상태며 지주회사 자·손자회사 의무지분보유율도 현행을 유지(상장 20%, 비상장 40%)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부·여당과 달리 ‘기업 옥죄기’라며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2019년 국회 법안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매듭을 짓게 될지 예의주시 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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