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기자 |
2019.06.20 14:40:18
부산대학교는 본교 출신 이승훈 박사(35)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입자가 장벽을 만나더라도 튕겨져 나오지 않고 오히려 장벽이 없는 것처럼 100% 통과해 버리는 현상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6월 20일자 발표와 동시에 해당 호(issue)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국제 공동연구팀의 한국인 이승훈 박사는 부산대 나노과학기술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고려대 기초과학연구소를 거쳐 현재 미국 메릴랜드 대학 신소재공학과(Department of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및 물리학과 나노 물리 신소재 센터(Center for Nanophysics and Advanced Materials)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에 의해 주도됐으며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연구팀이 참여했다.
이승훈 박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반적인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에서는 입자가 장벽을 만나면 튕겨져 나온다.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는 ‘양자터널링(quantum tunneling)’에 의해 입자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입자가 튕겨져 나올 ‘확률’이 더 크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상대성이론을 만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은 이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붕소 화합물 계열의 위상절연체/초전도체 이중층 구조의 얇은 막(박막, thin film)을 제작해 상대론적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특이한 초전도 특성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이 초전도 박막에 일반 금속 팁(tip)을 접촉시켜 금속으로부터 이 특이한 초전도체로 전자를 흘려보냈을 때 전자가 100%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신호를 측정했다.
현상에 대해 이승훈 박사는 “금속을 초전도체 표면에 접촉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항상 존재한다. 이 때문에 금속에서 초전도체로 전자를 흘려보내면 전자가 계면에서 다시 튕겨 나오는 (반사) 전자의 신호가 관측된다. 하지만 상대론적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이 특이한 초전도체에서는 반사되는 전자 없이 모든 전자가 장벽이 없는 것처럼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자 부품들은 많은 개별 소자들의 배열로 구성돼 있고 각 소자들은 다양한 소재들을 적층해 만들어진다. 이상적으로는 개별 소자들이 동일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이는 층간에 존재하는 장벽의 크기가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훈 박사는 “클라인 모순 현상은 장벽을 없애 버리는 것과 동일하다”면서 “이 현상을 잘 활용하면 개별 소자들의 동일성이 매우 중요한 전자 부품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론적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물질들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전류와 스핀을 동시에 제어하는 ‘스핀트로닉스’ 기술과 양자 상태를 연산에 이용하고자 하는 ‘양자컴퓨팅’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위상 물질과 초전도체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특이한 초전도성은 ‘위상 양자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양자 컴퓨팅 분야의 핵심 요소로 기존에 제안된 양자 컴퓨팅 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 기인하는 현상을 관찰한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양자 컴퓨팅 기술을 위한 위상절연체/초전도체가 만들어내는 특이한 초전도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현재 이승훈 박사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스핀트로닉스, 초전도/양자 정보 소자 개발 및 △조합 방식을 활용한 위상 물질, 초전도체, 상전이 소재 등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승훈 박사는『Physical Review X』지, 『Chemistry of Materials』지 등 현재까지 응집물질물리, 나노소재 분야의 국제저명학술지(SCI(E)) 논문 45편(주/교신저자 논문 포함)을 출판했고 20여 건의 국제 학술 발표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