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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마저도 구원인가?…김용주 소설<와인>

현직 의사가 쓴 삶의 가장 원초적인 ‘사랑과 죽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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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하태민기자 |  2008.08.01 16:04:10

▲김용주 장편소설 <와인> ⓒCNBNEWS 하태민 기자

저자 김용주/전남대학교 74년 입학/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전라남도의사회 이사/지방공사 순천의료원 원장(전)

저서/존재의 진실을 찾기 위한 끝없는 리허설/금지된 벽을 넘어 부는 바람/녹차 한잔 하실까요/바다로 날아간 나비

김용주의 장편소설 <와인>은 우리 삶의 가장 원초적인 문제인 ‘사랑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동시대인이라면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겪을 법한 현실적인 가상, 가상적인 실제를 대상으로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작가 특유의 메스가 유연하게 드나들며 ‘핏빛’ 감성을 용출시킨다.

소설 속 주인공 상호는 40대 정형외과 전문의로 김 원장의 캐릭터?그대로 옮겼다. 상호의 상대역인 <와인> 역시 그가 실제 인터넷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던 당시 36세의 여인을 형상화했다. 의사로서 포착된 잔물결과도 같은 여인의 영혼이 섬세하게 터치되며 자살에까지 치달았던 한 슬픈 영혼이 가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 또한 섬세한 필치로 묘사되고 있다.

서로 나누는 편지글, 사이버상의 대화, 시적 독백을 밑그림으로 한 이 작품은 그 실험성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너무 현실적이다. 이 아찔한 러브스토리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느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인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며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작가 김용주는 사랑과 죽음을 먼 과거에서 먼 미래로 흐르는 커다란 자연의 섭리 안에서 파악하고, 탄생이 ‘나’라는 존재의 시작이 아니듯 ‘죽음’ 역시 인생의 끝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태어난 문제적 주인공 와인은 ‘나 속에 있는 많은 너’이며, ‘너 속에 있는 많은 나’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독자들 저마다의 가슴에 푸른 신호등 하나씩 달아준다.

<줄거리>

상호는 40대 중반의 정형외과 전문의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열심히 노력해 의대를 졸업하고 중소병원 원장이 된다. 출세지향적인 그에게는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가고 거침이 없었다. 정숙한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린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룸살롱 마담과의 육체적 쾌락도 즐긴다.

어느 화창한 봄날 5살 소년의 대퇴부 절단 수술 후 삶의 허무를 느낀다.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간 그는 우연히 머나먼 남미에 사는 ‘와인’이라는 여인을 알게 된다. 단한순간의 접속으로 상호의 영혼을 사로잡아버린 것은 바로 사이버세상에서 만나는 와인이라는 ID의 여인이었다. 상호에게 인생 일대의 가치관을 뒤바꿔버릴 만남이었다. 마치 인생의 테러리스트처럼, 고통스러운 구속처럼!

평범했던 상호의 일상은 언어의 마술사와 같은 남미의 뜨거운 여자가 쏟아놓는 핏빛의 언어, 와인과 같은 아찔한 향기로 온몸이 포화로 뜨거운 열정에 휩싸이고 만다. 캄캄한 카오스 같은 이 세상을 붉은 빛 와인 한 잔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여성 와인을 알게 된 사연과 이후 한 번의 만남, 그리고 아쉬운 이별을 간결하게 털어놓는다.

멀리 이국에 살고 있는 와인과 컴으로 나눈 내밀한 교감과 짧은 만남, ‘왜 꼭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느냐’는 새로운 의식의 흐름을 감지하게 한다. 급기야 사이버공간에서 영혼의 공감을 느낀 두 남녀는 서로 만나기로 한다. ‘와인’이 한국으로 돌아와 상호가 있는 순천에 오게 되고, 18시간의 짧은 체류 중 둘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데….

▲작가 김용주 ⓒCNBNEWS 하태민 기자

불륜마저도 구원이었다

와인이 늘 동경하는 죽음, 그 앞에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은 무의미하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그녀는 한손에 사랑을 놓지 못한다.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 어떠한 사랑이건 진실하다면 용서할 수 없는 사랑은 없다. 와인과 상호에게 불륜마저도 구원이었다. 그녀를 소유하는 것만이 사랑의 방식이 아닌 줄 알기 때문에.

-서로의 고독이 그만큼 깊어서 만남이 있었다. 와인의 핏빛이 안겨주는 처절한 절망에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 눈물을 흘려야 하였다. 그 처절한 절망이 나뒹구는 곳은 아무나 들어 갈 수 없는 순수였다. 와인의 핏빛이 뿌리고 간 낙엽 부스러기 같은 지난 아픔들이 썩어 부서지고 연초록빛 희망들이 피어난다. 누더기처럼 초라해진 나의 삶 밑으로 제비꽃 같은 가냘픈 희망들이 꽃망울을 터트린다.(소설 중에서)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지구 반대편의 와인은 상호에 광기와 같은 사랑으로 승화되고 또 한편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룸사롱 마담과의 육체적 사랑에 탐닉한다. 와인은 죽음의 그림자를 닮은 담배연기와 같은 빛깔의 여자, 와인은 지독하게 아픈 사랑의 상처로 가슴이 찢어진 체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는 여자였고 와인은 정열이었으며 와인은 영혼의 절규이고 무의식의 쉼터였다.

단절이 주는 편안함, 단절이 주는 외로움이다. 단절은 자연스럽게 방치되고 누군가의 시선과 친절한 말도 귀찮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히피처럼 보헤미안처럼 나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나 혼자만의 생각 속을 부유하는 현대인들.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희극과 비극은 언제나 한 몸이었다. 아무리 돈과 권력이 많아도 또는 가난하게 살아도 고통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이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은 모두 괴로워하고 때로 깊이 탄식한다. 우리들이 갈구하던 사랑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 나가는 마른모래들이다. 안타깝게도 형체가 없이 사라져 갔다.(소설 중에서)

‘와인’은 헌신을 의미

작가 김용주는 여주인공 이름 '와인'은 헌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포도주를 입으로 마실 수도 있지만, 한 잔의 포도주를 바다에 부음으로써 바다를 적시고 다시 수증기가 되어 자신의 영혼을 적시는 메커니즘도 생각해볼 수 있죠.즉 바다에 부은 포도주가 결국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사랑을 준 것은 아름다운 잉태와 출산, 생명과 생명이 이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에로스를 부여한 것이지요. 일회적인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지요.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존재는 소중합니다. 상호의 부인 수희는 현모양처로 아이들을 정성껏 키웁니다. 남편과 관계가 틀어진 ‘와인’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희생을 아끼지 않고 돌봅니다” 이혼이 만연하고 아이를 버리고 떠나는 현 세태에 대한 작가의 경고인 셈이다.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목표

그 무서우리만치 허무한 현실의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 사람들은 사이버세상으로 뛰어들고 낯선 사람을 만나 마음속의 고독을 풀어놓는다. 혹은 어두운 공간에서 은밀하게 속삭이거나 몰래 훔쳐보는 관음증에 중독되어 간다. 그것은 현대라는 익명성이 낳은 개인주의가 지독스럽게 이기적인 사회를 만들어놓은 병폐다. 공포증이다.

단절과 외로움 우울함에서 오는 공포. 삶은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소설 속에서 상호와 와인은 그 정답을 찾아낸다.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목표이자 삶의 궁극적인 해답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아무리 깊은 우울과 절망이라도 나와 네가 있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내 사랑 와인, 먼 과거에서 먼 미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의 한 복판에서 그냥 스쳐 지나갈 바람으로 이제 편히 쉬어 나도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슬픔을 저으며 높은 하늘로 비상하는 흑두루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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