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포장 수수료 부과 한 달째
현장 돌아보니…업주들 “한숨”
반응 싸늘하지만 과도기 가능성
배민 “300억 투자해 포장 활성화”
1위 업체 결단에 소란한 배달시장
배달앱 ‘땡겨요’ 진출에 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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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난달 14일부터 포장 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수수료 부과 약 한 달이 흐른 시점인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일대 배민 제휴 매장들을 찾아 현장 반응을 살폈다.
이날 만난 중국집 업주는 “안 그래도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힘든데, 배달 수수료에 포장 수수료까지 더해지니 마진이 안 나온다”고 했다. 카페 업주는 “수수료를 내기 시작한 후 배민 포장 주문은 거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민 측은 “포장 중개 이용료(수수료)는 결국 포장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며 “자체적으로도 연간 300억 원 규모의 마케팅 프로모션을 포장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포장은 배달비가 없기 때문에 주문이 늘어날수록 업주들의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즉, 현재는 포장 주문이 활발해져가는 과도기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날 업주들의 실정은 배민 측의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수수료 부담 때문에 기존에 제공했던 할인 쿠폰을 철회하거나, 포장 서비스 자체를 없앤 매장도 있었다.
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는 “수수료 때문에 포장 주문에 주던 할인 쿠폰을 없앴다”며 “포장 주문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샐러드 가게 업주는 “원래 배민 포장 서비스를 했었는데, 수수료를 부과한 시점부턴 취소했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어도 무시 못할 ‘1위’
다른 배달 플랫폼은 어떨까. 배달 업계 2위 쿠팡이츠는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의 포장 서비스는 수수료가 0.8~2.9%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배민과의 제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업계 1위인 배민의 집객 효과 때문이다.
치킨집 업주는 “며칠간 배민 사용 못했을 때 주문 건수가 뚝 떨어졌다”며 “수수료가 부담돼도, 넓은 풀 때문에 끊지 못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배민·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 4곳은 매출액에 따라 ▲매출 상위 35% 이내는 중개수수료 7.8%, ▲상위 35~80%는 6.8%, ▲상위 80~100%는 2.0%의 ‘상생요금제’를 내놨지만, 하위 20%를 제외한 80%의 업주가 여전히 6.8~7.8%의 배달 수수료를 내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내는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체 경영 실태 조사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자영업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의 8.9%로, 2018년 17.8%의 반절 수준이다. 반면, 배민의 영업익은 2018년 525억 원에서 지난해 6408억 원으로 6년 새 약 12배가량 증가했다.
수수료 2% ‘땡겨요’, 배달 시장 메기 될까
1위 업체의 결단에 배달 시장이 소란한 상황에서 새로운 배달 플랫폼이 참전을 예고해 주목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22년 자영업자와 배달 플랫폼, 소비자의 상생이 요구되는 와중에 선보인 ‘땡겨요’이다.
‘땡겨요’는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부수 업무로 정식 승인받았다. 이에 신한은행은 ‘땡겨요’의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올 하반기엔 자체 배달 서비스 ‘땡배달’을 출범할 수 있게 됐다. ‘땡겨요’는 업주에겐 ‘낮은 수수료’를, 소비자에겐 ‘매장과 같은 가격’을 승부수로 내세운다.
앞으로 지자체, 프랜차이즈 매장과 협력한 프로모션을 통해 배달업계에서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엔 서울시의 ‘서울배달+’의 운영사로 선정돼 지난달 18개 치킨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가격을 30% 할인한 ‘서울배달+가격제’를 도입했다. 지난 21일엔 통영시와 손잡고 ‘통영형 공공배달 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땡겨요’가 배달 시장이 활발해지는 메기가 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배달 업계의 양대 산맥 배민·쿠팡이츠와의 체급 차이 극복, 미비한 자체 시스템 개선 등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NB뉴스에 “당장 배달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보다, 업주와 소비자를 고려한 선순환 구조로 천천히 자리 잡아 나갈 것”이라면서 “미흡한 서비스는 개선을 위해 논의 중이고, 추후 ‘배민클럽’ 같은 구독 서비스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서도 뜨거운 감자
최대 쟁점인 배달 플랫폼 수수료는 정치권에서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계·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과 공정경제 실현’을 구호로 내걸며 배달 플랫폼 중개 수수료율 차별 금지와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가계와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내수경제를 살리고, 공정한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이강일 의원 주도로 지난 2월부터 배민·쿠팡이츠 등이 참여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진정성 있는 상생 노력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국회 차원의 ‘배달 앱 총수수료 상한제’ 입법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실효성 있는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뉴스=홍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