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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과징금…벤츠 ‘배출가스 조작’의 내막

국내 소비자 무시하고 외국인들 ‘배당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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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0.05.15 09:40:29

벤츠 디젤 차량의 엔진 룸.(사진=유투브)

오랜 기간 국내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를 유지해온 메르세데스-벤츠가 폭스바겐·아우디 등과 마찬가지로 ‘디젤 게이트’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환경부가 불법조작 차량으로 지목된 14종 중 무려 12종이 벤츠 브랜드였다. 소비자들이 “배신 당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는 가운데 벤츠의 과다한 배당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되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디젤 게이트, 벤츠도 적발
역대 최대 과징금 ‘776억’
벤츠코리아 “불법조작 아냐”
외국계 주주가 배당 싹쓸이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소위 ‘디젤 게이트’로 명명된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BMW가 연속 화재 사건으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가 일본 불매 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알고보니 벤츠 역시 폭스바겐·아우디와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조작을 일삼아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 381대에 대해 배출가스 불법조작(임의설정)으로 최종 판단했다며, 5월 7일을 기해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이들 경유 차량이 인증시험 때와 달리 실제 운행 중에는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작동이 중단되는 등 불법조작 프로그램이 임의로 설정돼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벤츠, 닛산, 포르쉐의 배출가스 조작 차량들.(사진=환경부)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벤츠의 유로6 경유차 12종은 차량 주행 시작 후 운행 기간이 증가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 가동률을 저감하는 방식의 조작으로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닛산의 캐시카이는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 온도가 35도 이상 되는 조건(외부온도 20도에서 30분 정도 운전하는 것과 유사)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을 중단하는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었는데,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10배 이상 배출됐다.

포르쉐의 마칸S 디젤 역시 엔진 시동 이후 20분이 경과한 시점부터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률을 감소시키는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었는데,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1.5배 이상 배출됐다.

3사는 모두 ‘디젤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인증시험과 실제 운행 시의 배출가스 성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대상 차량 가장 많고, 과징금 ‘사상 최대’

이번에 환경부가 타깃으로 지목한 건 벤츠코리아와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 등 3사지만 대상차량의 규모, 과징금 액수 등을 살펴보면, ‘주적(主敵)’은 벤츠코리아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번 조치로 배출가스 인증이 취소되는 차량 총 4만381대 중 벤츠가 3만7154대로 약 92%에 달하는 반면, 닛산과 포르쉐는 각각 2293대(5.67%)와 934대(2.3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상 차량 모델도 닛산과 포르쉐는 캐시카이와 마칸S 디젤 등 1개 모델인데 비해, 벤츠는 C200d, GLC220 d 4Matic, GLC250 d 4Matic, ML250 BlueTEC 4Matic, GLE250 d 4Matic, ML350 BlueTEC 4Matic, GLE350 d 4Matic, GLS350 d 4Matic, GLE350d 4Matic Coupe, S350 BlueTEC L, S350 BlueTEC 4Matic L 등 12개 모델에 달한다.

 

불법조작 차량 내역.(자료=환경부)

그래서인지 과징금 규모 역시 벤츠코리아가 776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닛산과 포르쉐코리아는 각각 9억원과 10억원 규모로 많지 않다.

심지어 이 금액은 앞서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적발된 폭스바겐·아우디 등에게 부과됐던 과징금의 약 5.5배나 되는 금액이다. 앞서 2015년 11월 ‘디젤 게이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폭스바겐·아우디의 경우 과징금 규모는 141억원이었으며, 이후 2016년 닛산이 3.3억원, 2018년 아우디·포르쉐 141억원, 2019년 FCA 73억원, 2019년 아우디·폭스바겐·포르쉐 118억원 등에 불과했다.

이렇게 과징금 액수가 늘어난 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두 번에 걸친 법 개정을 통해 배출가스 조작 관련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최대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다시 500억원으로 높아진 때문이다.

환경부 조치 불복 입장에 소비자들 ‘격앙’

이번에 환경부의 조치대상이 된 차량들 중에는 벤츠의 주력·인기 차종이 대거 속해있다. 사실상 벤츠가 판매한 대부분의 디젤 차량에서 배출가스 조작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과거 폭스바겐·아우디 등에서 디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 벤츠는 이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진 덕분에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지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벤츠에 속았다” “엔진기술이 뛰어난 줄 알았더니, 조작기술이 뛰어난 것이었다” 등의 원성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소비자의 원성에는 아랑곳없이 벤츠코리아가 환경부의 조치에 불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것.

 

사진=연합뉴스

벤츠코리아는 이번 사태 관련 입장문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기능은 수백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는 당사의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 부분”이라며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어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환경부의 조치가 과거에 판매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 차량에만 해당하므로 현재 판매되는 차량들에는 문제가 없다”며 “절차에 따라 리콜을 진행하겠지만, 추후 환경부에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소송 등을 통해 환경부와 법적 분쟁에 돌입하겠다는 것.

이런 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요 자동차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3만7000여대에 776억원 과징금이면 대당 20만원 꼴인데 너무 적다. 벌금액을 더 늘려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폭스바겐, 아우디가 욕먹은 것처럼 벤츠도 욕먹어야 한다” 등 부정적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계·화교 주주가 이익 ‘독식’

일부 소비자들은 벤츠코리아의 과도한 배당 성향과 부족한 사회공헌을 지적한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량과 실적을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벤츠코리아의 주주는 외국계 일색이다. 벤츠코리아와 할부금융서비스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벤츠파이낸셜)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벤츠코리아의 주식은 독일 본사 ‘메르세데스 벤츠’가 51%,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레이싱 홍’이 보유한 스타오토홀딩스가 49%를 나눠갖고 있다. 벤츠파이낸셜 역시 벤츠아시아 GMBH가 80%를, 스타오토홀딩스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레이싱 홍 그룹의 로고와 주요 사업영역.(사진=레이싱 홍)

배당성향도 지나치게 높다. 2019년 벤츠코리아의 배당액은 783억7000만원이며,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597억원으로 합계 1380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벤츠코리아의 당기순이익 142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양사가 독일 등 국외로 보낸 배당금은 총 3조425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지난 2015년 벤츠코리아에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약 502억원의 추가징수를 통보했지만, 벤츠코리아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반면, 사회공헌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코리아의 연간 기부금액은 30억원에 불과하다. 5조4377억원의 매출액, 2180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초라한 규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아서인지 벤츠가 최근 들어 사회공헌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매출과 이익 상승세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며 “수입차 1위 브랜드답게 지역사회에 좀더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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