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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기업정책 핫이슈②] 구멍 난 ‘일감몰아주기 규제’…이번엔 메워질까

거대 여권, 강공 드라이브…재계는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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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6.16 09:34:27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진 지난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생입법 완수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거대여당으로 출범한 만큼, 잠자고 있던 대기업 규제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한다. 두 번째 주제는 문재인 정권의 재벌개혁 타깃 중 하나인 ‘일감몰아주기’ 근절이다.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포함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망 피한 내부거래 되레 늘어
가이드라인 느슨해 구멍 ‘숭숭’
거대여당 출범에 법 개정 탄력
재계 “업종·업무 특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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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기업정책 핫이슈①] ‘공룡여당’의 재벌개혁 시즌2 개막

정부·여당은 ‘일감몰아주기’를 일찌감치 표적으로 세웠다. 재벌 기업에서의 부당 내부거래 행태가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 승계 및 경제력 집중을 야기한다는 시각으로 남은 집권 기간 규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제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난 2017년 7월 마련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사안이기도 해 파행으로 얼룩진 20대 국회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가 21대 국회에 거대여당이 입성함에 따라 가속도가 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 공약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적 영리 추구를 위해 기업에 손해를 주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당한 지원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사실 대기업에서 일감몰아주기는 수직계열화·전문화·기밀유지 등을 위한 일상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 계열사 2113곳의 내부거래 총액은 2019년 말 기준 174조1238억원으로 2017년 170조5742억원에 비해 2.1% 증가했다.

이중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은 2113개사 중에서 208개사인데 이들의 내부거래 금액은 8조8083억원으로 2017년 대비 32.0%(4조1459억원) 감소했다. 이를 보면 법망을 피한 내부거래는 오히려 늘었고, 법테두리 내에서는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효성 ‘유명무실’

현 정권에서 일감몰아주기에 더욱 강한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이유는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작동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에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일단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 속하는 계열사가 총수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상장 30%, 비상장 20%)인 다른 계열사와 상당히 유리한 거래를 하거나 일감을 몰아줘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연매출액의 12%를 넘을 때 위법성 여부를 따져 규제 대상이 되는데 ▲지원주체: 시정명령, 과징금(3개년 평균매출액의 5% 또는 20억원 이내), 형벌(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지원객체: 시정명령, 과징금(3개년 평균매출액의 5% 또는 20억원 이내) ▲지시·관여자: 시정명령, 형벌(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해진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 다른 자와의 거래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비용절감, 판매량 증가, 품질개선 또는 기술개발 등의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거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에서 제외된다. 보안성이 요구되거나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른 거래 역시 예외다.

더군다나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상장 30% 이하, 비상장 20% 이하)에만 규제가 적용되다 보니 29.99% 등 가이드라인 턱밑까지 지분을 낮추면 면죄부가 주어지고, 자회사의 경우는 아예 제재를 받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많다.

이에 유명무실한 장치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데,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로 지금까지 제재를 받은 사례는 현대, 한진, 하이트, 효성, 대림, 태광, 미래에셋 등 7건에 불과하다.

현재 공정위는 하림그룹, 호반그룹, 한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특히 제재를 받더라도 이에 불응해 불복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

한진의 경우 지난 2017년 1월 대한항공이 총수일가 회사(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면세품 인터넷 광고수익 몰아주기, 통신판매수수료 면제, 판촉물 고가매입, 콜센터운영 관련 시설사용료 과다 지급 등을 통해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받았으나 행정소송(고법)에서 공정위가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1월 총수일가회사(서영이앤티)에 대해 인력지원, 공캔·코일·글라스락캡 통행세거래, 주식매각 등으로 부당 지원해 제재(과징금 107억3000만원 등)가 내려졌으나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공정위가 일부 승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2년, 재벌개혁은 어디에’ 토론회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여권, 공정거래법 개정 ‘재도전’

법에서 정한 정상적인 목적에 따라 행해지는 일감몰아주기야 탓할 순 없겠지만, 법망이 허술해 부당 거래임에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많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재벌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재벌총수가 경영권을 승계시키는 과정에서 다종다양한 불·편법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작은 계열사 등에 총수일가 2, 3세의 지분을 집중시키고 내부거래 등으로 기업 규모를 키운 뒤, 합병 등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형화된 공식이 된 상태다. 시민단체들이 보다 강력한 규제 도입을 촉구하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일차적으로 최근 국무회의에서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대상 상품·용역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를 부과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기재부, 법무부, 공정위 등 8개 부처)가 논의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에 포함된 과제이기도 하다.

현행법은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 등과 거래할 때 의무를 부과하는데, 그 중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와 거래하는 경우는 지주회사 전환 촉진을 위한 혜택의 일환으로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를 면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거래의 감시망을 강화한 것. 아울러 공정위는 지난 20대 국회에 올렸으나 수포로 돌아간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개정을 재추진키로 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오는 7월 21일까지 입법예고한 상태인데 여기에는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상장 30%, 비상장 20%)을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단속키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재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새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일감몰아주기 감시 대상은 현재 약 200여 곳에서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보다 촘촘히 단속하겠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칼을 빼든 셈인데 여기에 공룡여당이 든든한 아군이다. 야당의 반발로 흐지부지 시간만 보낸 지난 국회와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기업활동 저해” 재계 반발

 

(사진=공정거래위)

반면, 이러한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 또한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집단 내에서 업무 효율성 증대, 보안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시설관리, 시스템 구축(SI, System Integration)·물류 등을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까지도 일률적으로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기업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더불어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경우 지배주주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보여 오히려 보유지분(의결권)과 지배구조간 괴리가 확대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응당 재계에서는 거세게 반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는 현재 사익편취행위 유형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 제공, 상당한 규모 등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위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상을 확대하면 기업들의 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기준을 20%까지 낮춰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대주주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회사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외국기업과 함께 합작법인(자회사) 설립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50% 초과보유하게 되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경영권 확보와 사익편취규제 편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경총 관계자는 CNB에 “사익편취규제 강화와 관련 기본적인 입장은 지난 20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 간 거래관계를 위축시킬 우려가 많다는 기조”라며 “경영계 의견을 수렴해 대처 방법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행의지가 확고하고 국회에는 머리수가 많아진 여당의 추진력까지 더해질 기세여서 경제계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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