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기자 |
2020.10.13 09:34:28
동남권원자력의학원 FLASH 연구팀이 아시아 최초로 1초당 40Gy 이상의 전자선을 발생하는 초고선량율 방사선치료 연구시스템을 개발했다.
암의 3대 치료법(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 하나인 방사선치료는 정상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1회당 몇 분에서 수십 분의 치료시간이 소요돼 환자 불편 및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고, 치료가 어려웠던 암도 다수 존재했다.
FLASH 방사선치료는 1초 이내에 고강도 방사선을 순간적으로 조사하는 기술로, 암세포 치료 효과는 기존과 동일하거나 더 우수하면서, 정상 조직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방사선치료가 가진 취약점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치료가 어려웠던 암에서도 치료효과를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부작용 감소 및 편의 향상으로 항암 치료 또는 면역 치료와 방사선치료의 병합을 더욱 용이하게 해 향후 암 치료에 있어 치료효과와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FLASH 임상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초고선량율 방사선 발생 장치, 즉 FLASH 연구용 가속기가 필요한데, 의학원이 국내 최초로 FLASH 임상연구가 가능한 가속기와 실험 장치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현재 FLASH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미국(5) 및 유럽(5) 등지의 전 세계 10여 곳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전무하다. 아직 기존 방사선과 FLASH방사선의 치료효과 차이가 발생하는 생물학적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학원은 FLASH 가속기 핵심기술인 고전압 펄스전원장치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빠르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 1초 이내에 초고선량률 전자선 발생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초고선량율 전자선 산란장치를 개발해 FLASH 임상실험이 가능한 균일한 조사영역을 형성했고, 라디오크로믹 필름 측정법으로 40Gy/s 이상의 초고선량율 전자선 발생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의학원이 FLASH 방사선 조사 기술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방사선치료기의 국산화를 위해 전자가속기의 제작 연구, 그리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 연구에 수년간 몰두한 집념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15년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와 공동으로 수입 방사선치료기와 성능이 비슷한 전자가속기를 제작한 바 있으며, 가속기 핵심 부품 중의 하나인 전자가속의 재료 가공과 진공용접에 이르는 전체 제작 공정을 자체적으로 구축, 실용화 연구에 주력해 왔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인 최철원 임상융합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는 초연결(Hyper-Connected)과 융합의 시대에 발맞춰 의학과 물리학, 생물학 등의 융합과학의 성과물이다. 방사선종양학과와 의학물리연구팀, 방사선생물연구팀 즉 임상의사와 물리학박사, 생물학박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뤄낸 눈부신 협업의 결과”라며 “FLASH 연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FLASH 연구회를 운영 중이다”고 밝혔다.
또 “실험실에서만 끝나는 연구가 아닌, 기초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FLASH 방사선치료기 개발과 같은 성과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외에도 방사선치료기의 국산화 연구를 위하여 2022년까지 방사선치료기 실용화센터를 구축하고, 방사선치료기 실용화센터에 타 기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FLASH 연구용 가속기를 새로 구축, 국내 관련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연구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학원은 중간단계의 실용화로 반려동물의 암 치료에 FLASH 연구를 활용하고자 한다. 국내 반려동물에 대한 암 치료나 방사선치료 연구는 초기 단계지만, 반려동물의 증가 및 동물병원의 관심이 높아 해당 분야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관련 연구결과는 학술지 ‘Journal of Instrumentation’과 ‘Nuclear Engineering&Technology(온라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