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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한민국 바다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수협의 ‘공적자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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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8.12 09:23:34

(CNB=도기천 편집국장)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

2016년 12월, 수협중앙회가 창립 54년 만에 수협은행을 출범시키며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당시 수협은 수협은행을 해양수산금융 대표 은행으로 육성하고, 중앙회는 수산물 판매유통을 책임지는 조직으로 거듭난다고 선언했다. 특히 5년 내에 어민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 약속은 지켜졌을까?

우선 수협은행부터 보자. 현재 이 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업계 최하위권이다.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BIS가 13.28%(3월말 기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배당금은 고스란히 공적자금을 갚는데 쓰이고 있다. 수협은 2001년 정부로부터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후, 분할 상환 중이다. 이로 인해 수협은행의 배당금은 ‘어업인 지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지 오래다.

중앙회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최근 매출이 늘며 좀 나아지긴 했지만, 부채가 14조원에 육박하는 등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 국감 때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액이 860만원에 불과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수협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공적자금 상환’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수협이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게 된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에 기인한다. 당시 한국의 실질적 경제 주인이 된 국제통화기금(IMF)은 수협에게 대손충당과 BIS 기준 충족 등을 요구했다. 이에 ‘수협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2001년 정부로부터 1조1581억원을 수혈 받았다.

수협은 2017년부터 상환을 시작해 지금까지 3398억원을 갚았다. 정부와 수협 간 협약에 따르면, 2028년까지 남은 8183억원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이처럼 ‘빚 갚기’에 급급하다 보니, 산지거점유통센터(FPC) 확대 등 어민 지원 계획을 이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수협은 난국을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임시총회를 열어 내년까지 남은 공적자금 8183억원을 모두 갚기로 결의한 것. 때마침 정부가 공적자금 일시 상환에 붙는 법인세를 감면해주기로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중앙회는 수협은행 배당금, 중앙회 잉여금, 중앙회 충청청사 매각대금,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 매각 검토, 수산금융채권 발행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 아침, 전남 강진군 강진만(灣)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는 어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진=강진군 제공)
 

‘수협’이 아닌 ‘어민’을 바라보길

여기에는 두 개의 시선이 엇갈린다. 공적자금을 청산해 수협 본연을 기능을 되찾겠다는 데는 토를 달 이유가 없다. 당연히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부채를 갚느라 가뜩이나 열악한 어민 지원은 한동안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중앙회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검토 중인 ‘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 매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민들을 위한 수익사업 공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적자금 상환’과 ‘어민지원 확대’는 서로 상반된 개념이다. 마치 한쪽이 내려가면 한쪽은 올라가는 ‘시소 게임’ 같다.

따라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과거 수협과 맺은 협약에 구속되지 말고 달라진 상황을 직시하며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선포, 지자체의 바닷모래 채취 허용, 중국어선 불법조업, 어촌고령화 등으로 어업인 삶이 한계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수협 또한 강력한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 공적자금 상환 방안에 임금 동결·삭감이 빠진 것은 유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의원이 작년 국감 때 수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수협중앙회의 2019년 기준 억대연봉자 수는 211명으로 전년대비 24.1%나 증가했다. 경영난 속에서도 내부에서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 이런 모습은 수협의 정상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

부디 지금이 최악의 어업 위기 상황임을 각인하고 수협은 수협대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고, 정부는 이에 부응하는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길 바란다. ‘수협 살리기’가 아니라 ‘어민 살리기’ 차원에서 공적자금 문제부터 풀어가길 바란다.

대한민국 바다는 더 이상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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