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8월 내 처리’ 못박았나?
대선 앞두고 친문 지지층 결집용
비주류 반대표로 통과 장담 못해
언론계와 야권이 강력 반반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서자, “왜 굳이 무리수를 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
민주당은 개정안의 8월 임시국회 처리 의지를 재차 밝히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여야 국회의원 전원이 개정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자는 전원위원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전원위가 받아들여지면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됨과 동시에 필리버스터보다 전원위가 먼저 열리게 된다”며 “전원위는 재적의원 4분의 1이 요구하면 소집된다. 여야 간 협의할 사안은 아니다”고 전원위 소집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검찰 다음 타깃은 ‘언론’
이에 국민의힘 등 야권은 민주당의 이런 강행 시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야권은 민주당의 이같은 밀어붙이기가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 온 내년 대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발효 시점은 대선 이후로 정해진 만큼 직접적으로 대선 관련 언론 보도에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지만, 대선 전에 이를 통과시킴으로써 강성 지지층이 요구해온 언론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표 결집을 노린다는 것.
민주당내 강성지지층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과 언론에 대한 반발심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중 공수처 설치로 검찰 개혁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이제 눈을 언론으로 돌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투쟁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본회의 저지에 일단 주력한 뒤 민주당이 끝내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2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전원위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필리버스터 등 여러 저항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밀어붙일 경우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깊다. 필리버스터를 한다 해도 법안 통과 시간을 조금 더 연장시키는 것일 뿐,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하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다.
단독처리 성공 ‘물음표’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하더라도 법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법안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의원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CNB가 26일 몇몇 의원들을 만나거나 통화해보니 이런 분위기가 역력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친문(친문재인) 강성그룹이 당론을 주도하다 보니 당심(黨心)이 민심(民心)과 조금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러다가 소탐대실(小貪大失)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선 국면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비주류 중진의원은 CNB뉴스 기자와 만나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지도부가 왜 하필 8월 국회 내 처리라는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야권 뿐 아니라 국내외 언론계와 학계·시민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국회 언론개혁특별위원회와 다수의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법안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친노 원로인 민주당 유인태 전 의원도 지난 24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이 과반 넘는 국민들 지지는 받고 있지만 차 떼고 포 떼서 지금은 그렇게 실효성 있는 법안도 아닌데 조급함에 쫓기듯이 밀어붙이려 한다”며 “172석 국회 의석이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