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도둑이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의미로 다른 사람의 비난이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최근 경북 의성에서는 민간인 면장으로 의성군민의 기대를 받으며 취임한 A 면장의 2년 계약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마무리되면서 잡음이 일고있다.
경북 최초로 도입한 개방형 직위제에 따라 지난 2019년 7월 22일 취임한 A 면장의 임용은 인사권자인 의성군수 한 사람만의 의지가 아닌 공모에 참여한 50여 명 안계 면민의 의지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근무실적 평가는 인사권자 독단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근무실적 검증에 참여하고 객관적 평가를 거쳐 전체 주민들에게 임용기간 연장이 불가한 사유를 공표하는 최소한의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임용 때 세상이 떠들썩하게 종을 쳤으면 최소한 면장의 2년 동안 성과가 어떠했는지 검증하는 종치는 자리를 한 번쯤 마련했더라면 서로 간의 반목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성군은 이러한 논란을 애써 무시하며 ‘엄이도종’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성 군민은 지금 귀를 막고 종을 훔치려는 도둑들이 일으키는 파열음으로 온통 촉각이 곤두선 모양새다.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할 당시 의성군은 안계면을 중심으로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조성, 안계면 특화 농공단지 조성, 도시재생 뉴딜사업, 반려동물 문화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에 필요한 민간 전문가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전국적으로 홍보했다.
‘개방형 직위제’는 1999년 정부가 민간인과 공무원의 공개경쟁을 통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민간 전문가 영입의 장점은 전문성 향상, 자연스러운 인사교류 확대, 폐쇄적인 관료조직의 개방 등을 꼽았다.
A 면장은 주민들을 떠나며 이장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몇몇 이장들과 군의원들이 안계면을 좌지우지하며 망치고 있다. 민간인을 채용한 기관이 전문성보다 정치적 성향을 내세워 과도한 업무 개입을 하고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무늬만 개방형’"이라고 지적했다.
A 면장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들의 '본분과 역할'에 대한 지적도 빠트리지 않았는데, 굳이 공무원들에게도 ‘정치적 중립’과 ‘본분’을 강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성군 공직자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은 아닐까?
A 면장의 퇴임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개방형 직위제로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려면 관련 부처의 조직체제도 개방형 인사 조직에 적합하도록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용된 전문가를 곧바로 직무에 투입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관료조직 및 해당 부서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하겠다. 이른바 공직사회의 인턴제인 셈이다.
‘계약직 공무원’이라는 명칭도 민간 전문가들을 행정기관으로 영입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계약직은 ‘얼마 있으면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심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자부심을 위해서라도 ‘계약직’보다는 ‘전문직’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의성군은 끝까지 ‘엄이도종’ 할 것인가? 아니라면 종을 옮기면서 불가결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파열음을 당당히 군민과 함께 감내하며 공감할 것인가? 공감을 통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면 민간 전문가를 임용하는 임명권자든 면민이든 서로 위에 군림하거나 ‘엄이도종’하는 이방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어야 했지 않았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