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청년정치인으로 정계 한가운데서 주목받던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각각의 사유로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청년정치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성장과 몰락, 앞날을 내다봤다. (CNB뉴스=도기천·심원섭 기자)
장면1 화려했던 시절… 바이든까지 칭송
이준석 박지현 두 사람은 한때 청년정치의 상징으로 부각되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당대표 선거 당시 대구 유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는 ‘용기있는’ 발언으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너는데 일조했다. 이후 ‘이준석 효과’는 이대남(20대 남성)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발휘됐다.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두달 만에 28만명에서 37만명으로 30% 이상 급증했다.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추적단’ 활동으로 명성을 떨치다 지난 대선 막판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2030 여성 표심을 이 후보 쪽으로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 5%p가 넘게 뒤져 있던 이재명 후보는 투표 결과 윤석열 당시 후보와의 격차를 0.73%p까지 좁혔는데, 상당 부분 박 전 위원장의 공로로 평가된다. 대선 이후에는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었다.
이들의 명성은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환영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6세였던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의 나이를 알고는 깜짝 놀라며 “나도 서른에 처음 상원의원이 됐다. 앞으로 큰 정치인이 돼라”고 덕담을 건넸으며, 이어 올해 37세인 이준석 대표와는 정겹게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거대 여야의 대표로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장면2 가시밭길 행보…결국 뒷전으로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비롯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근)’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두 번이나 당무를 내려놓고 ‘잠수’를 타는 바람에 신망을 잃었으며, 성 상납 의혹 역시 ‘7억원 투자 각서’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결국 지난 7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당 중앙윤리위원회로 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대표 대행 체제로 전환했으며 이 대표는 잠행 상태다.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586 용퇴론’을 불쑥 꺼내 “내부총질이냐”는 비난을 받았으며, 심지어 성비위 논란에 휩싸인 박완주 의원 제명과 최강욱 의원 징계를 강행해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지난달 2일 사퇴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을 시도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피선거권이 없다’는 당 지도부의 거부로 좌절됐다. 입당한지 6개월이 안되기에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것.
이처럼 두 청년은 여야의 ‘계륵’으로 전락하며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장면3 한국정치의 현주소…청년은 1회용?
이와 관련 한 정치평론가는 “두 사람이 갈등 당사자와의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신의 SNS를 통한 ‘저격’에만 골몰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며 “기성 정치권의 ‘여의도 정치문법’에 비교적 서툴렀다는 점이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 때 젊은이들 잔뜩 갖다 썼는데 이후로 일회용으로 쓰다 보통 버리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도 사실 당 대표다. 2030 역할이 굉장히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당 대표마저도 팽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의원은 “이들(이준석·박지현)만큼 자기만의 색깔과 강단, 지지기반을 고루 갖춘 청년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두 사람이 이대로 퇴장할 경우 이만한 청년정치인이 다시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