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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게임위’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술렁이는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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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찬기자 |  2022.11.07 09:28:07

일부 게임, 뜬금없이 ‘19금’으로 조정
심사기준·원칙 모호…투명성 논란까지
게임위원회에 게임전공자도 거의 없어
‘폐지론’ 우세한 가운데 개선 목소리도

 

게임물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폐지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물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폐지론이 확산되자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게임위는 전문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상태로 심사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와 곤혹스런 상황이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위가 국내 게임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최근 게임위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 서브컬처 게임 5종의 등급을 조정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선정성’.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노출도 등이 문제가 돼 등급이 높아졌다.

해당 게임의 등급이 갑자기 조정된 이유는 ‘민원’ 때문이다. 지난달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게임들의 선정성을 지적하며 게임위에 등급 조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100여건에 달했다.

이에 넥슨은 게임위 권고에 대한 대응책으로 블루 아카이브 등급을 상향하고 수정된 틴(청소년) 버전을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해당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구글 12세/애플 9세 이용가에서 15세 이용가로 변경됐다고 알렸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이 지난 10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중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수기’ 위원들, 723건 심사에 단 1시간



게임위의 결정을 두고 블루 아카이브 이용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출시 후 약 1년간 잘 서비스되던 게임이 갑자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부당하며, 선정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명시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모호한 심의 기준 때문에 게임위 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까지 나왔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게임위에 상정된 내용수정신고·등급분류 심의 대상 게임은 총 5934건으로, 위원의 의견이 개진된 경우는 289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이상헌 의원은 “위원들 대부분이 연구원의 검토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지적대로 게임위 위원들이 각 게임마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졸속 심의를 하고 있다는 정황도 나타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된 게임위 회의 결과록을 보면 지난 9월 게임위는 제14차 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직권등급재분류 및 등급 조정 대상 게임물 총 723건을 심의했다. 이에 따르면 총 723건의 게임물을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시간이다.

이 자리에서 총 116건의 직권등급 재분류 및 등급 조정이 결정됐으며, 1건이 직권등급 재분류 결정이 연기됐다. 단순 계산상으로 한 게임당 5초도 안돼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안 별로 복수 집계된 게임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전문성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최근 국감에서 더 커졌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국회 지적에 “게임위에 게임 관련 전공자는 몇 명 없지만, 꼭 게임을 개발해봐야 전문가는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앞으로 개선 방향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고민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이상헌 의원실은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지난달 31일 제출했다. (사진=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회의록에 뭐가 담겼기에…공개 ‘거부’



등급분류 심의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게임위의 심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게임위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임 속의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는지 게임 이용자들이 살펴볼 방법은 없다. 이른바 ‘밀실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위는 지난 3년간 5건의 회의록 공개 신청을 받았지만, 단 1건만 공개했다.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다. 게임위 측은 “의사결정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제3자 및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정한 업무수행의 위축 및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해 비공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 비위 의혹까지 제기돼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될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이상헌 의원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외주 업체에 개발을 맡겼다. 해당 사업에는 혈세 38억8000만원이 투입됐고, 게임위는 2019년 납품받은 시스템에 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5개 중 2개 전산망이 작동하지 않는 등 일부 기능이 아직까지 미완성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게임위는 개발업체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이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의혹 규명을 위해 이상헌 의원실은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지난달 31일 제출했다. 감사청구에 필요한 연대서명을 진행했는데, 당초 목표 인원수 300명을 18배나 훌쩍 웃도는 5489명의 게이머가 참여하면서 진상 규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게임위에 대한 반감이 이번 사건을 통해 일거에 폭발한 셈이다. 해당 감사는 특이사항이 없는 한 60일 이내에 종결될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국가가 주도하는 사전 심의를 폐지하고 민간 기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업계 “국가 주도 심의 폐지…민간에 맡겨야”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빅3 게임사들은 물론 스마일게이트, 컴투스그룹,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주요게임사들은 국가 주도로 심의를 하고 있는 게임위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민간주도가 아닌 국가주도 심의여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로 인해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다.

실제로 게임산업 규모 상위 10개국 중에서 정부 기관 주도로 게임물을 심의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호주뿐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모두 업계에서 설립한 비영리 민간기구가 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전적으로 앱 마켓 사업자(구글, 애플 등)의 등급분류에 맡기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 2017년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도입됐으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나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은 의무적으로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모든 게임이 의무적으로 국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미국의 경우 문화적 콘텐츠에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조치를 하지 사전에 검열을 하지 않는다”며 “자율에 맡겨도 최고의 문화 시장으로서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게임위가 존재하는 의미를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다른 문화 콘텐츠 역시 사전 심의 제도가 위헌 판결로 대부분 사라졌는데 게임 콘텐츠만 유독 검열이 심하다”라며 “진짜 검열되어야 할 것은 현재의 검열제도”라고 꼬집었다.

다만 완전 자율심의 기구가 설립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당장 게임위를 폐지하고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보다 심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적으로 쇄신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본인의 유튜브 계정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게임업계가 자율심의 취지를 준수할 만한 역량이 전제돼야 하는데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게임계가 과연 준비돼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게임위는 그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규제일몰제가 적용되어 존폐 여부에 대해 심각한 위기가 닥쳤던 적이 있다”며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는 현명함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존폐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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