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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테무(Temu)’가 보여준 중국 제조업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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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4.01.08 10:35:36

Temu 광고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Temu)

I like it, it's mine 맘에 들어. 내 꺼야
The prices blow my mind 가격이 나를 놀라게 해
I feel so rich 난 부자처럼 느껴
I feel like a billionaire 난 억만장자가 된 기분이야
I'm shopping like a billionaire 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고 있어
I'm shopping like a billionaire 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고 있어


지난해 초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Super Bowl) 시즌에 방영돼 화제를 모은 중국산 쇼핑 앱 ‘테무(Temu)’의 CF송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Shop Like a Billionaire)’의 가사 내용이다.

광고 영상에는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9.99달러 가격의 원피스를 비롯한 수많은 패션 아이템들을 저렴하게 쇼핑하며 행복에 빠지는 내용이 담겼다.

당연한 얘기지만 광고는 효과가 있었다. 2022년 9월 미국 출시 후 4개월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던 테무는 슈퍼볼 광고 후 2주만에 신규 다운로드 4000만 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랭킹. Temu 앱이 무료 앱 1위다. (사진=구글)

테무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24년 1월 8일 기준 아이폰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 1위이며,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서도 무료 앱 인기 1위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1위 혹은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실적도 파죽지세다. 테무의 운영사인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Pinduoduo)’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테무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3.9% 급증한 688억위안(12조 3800억원)이며, 순이익은 22.6% 늘어난 155억위안(2조 7900억원)이다. 지난 7일 기준 미국 나스닥 증시의 핀둬둬 시가총액은 1945억달러(255.5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테무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정식 출시된 테무 앱은 월 평균 354만명의 한국인 사용자 수를 확보하며 순식간에 ‘직구쇼핑앱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쿠팡,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쇼핑몰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막강한 경쟁자가 출현한 셈이다.

 


중간 거래 단계 확 줄여 가격경쟁력 확보



테무의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경쟁자들과 비교를 불허하는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 코로나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저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테무는 그 틈을 적절히 파고들었다.

가격경쟁력의 비결은 거래 단계의 간소화다. 중국 제조업체와 해외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던 중국 도매상, 현지 수입상, 현지 쇼핑몰 등 여러 중간 단계를 모두 생략해 비용을 절감하고, 그 비용을 제조사와 구매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최저가 판매구조를 정착시켰다.

 

Temu 쇼핑몰 초기 화면.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사진=Temu)

여기에 더해 유튜브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10대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집중적인 홍보 전략을 펼쳤고, 게임과 유사한 방식의 90%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 신규 소비자 유입을 촉진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테무는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약 한달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약 8900개의 서로 다른 광고를 집행했는데, 이는 약 1조원이 넘는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슈퍼볼 광고를 비롯한 수많은 온·오프라인 광고를 집행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됐다. 유튜브와 게임, 커뮤니티 등에 무차별적으로 광고를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협 느끼는 서구, 대응 전략은?



알리바바는 물론 아마존의 아성까지 위협하는 거물의 등장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수년째 정치외교적 마찰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방 각국의 경각심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알리시아 키언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출현해 “테무가 제품을 어디에서 가져오는지, 중국 어디에서 제품을 생산하는지 살펴보면 위구르인의 강제 노예노동이 이뤄진다고 알려진 곳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도 ‘패스트 패션과 위구르 대량학살:중간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테무의 공급망이 강제노동으로 오염될 위험이 매우 높다”며 “테무에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 준수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없고 강제 노동으로 만든 제품이 정기적으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보장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테무는 이런 지적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테무는 “강제 노역이나 아동 노동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며 “모든 판매자의 고용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이들이 테무의 행동 강령이나 법을 위반할 시 계약을 파기할 권한이 있다”고 해명했다.

 

Temu 광고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Temu)

이런 대립 구도에서 떠오르는 건 과거 19세기 중국과 영국의 무역전쟁이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만든 대량생산 면직물로 인도의 전통 면직물 산업을 고사시켰다. 하지만 중국 면직물 시장은 인도보다도 훨씬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해 있었기 때문에 영국산 면직물은커녕 저렴한 인도산 면직물로도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없었다. 이에 영국이 택한 해법은 ‘아편’ 수출이었고, 결국 ‘아편전쟁’이라 불리는 양국의 무력 충돌을 야기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1세기의 중국은 2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막강한 군사력과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울 만큼 거대한 제조업을 겸비하고 있어서, 과거와 같이 ‘전쟁’을 해법으로 삼기도 쉽지 않다. 세계의 소비자들이 테무를 위시한 중국 제조업의 영향에서 자유로와지기가 쉽지 않단 얘기다.

이쯤에서 걱정스러워지는 건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거대이웃과 경제적 연결마저 가속화되는데 딱히 이를 막을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생존전략을 선택할 수 있을까?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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