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지방은행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부산경실련)은 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공공기관의 운영자금 대부분이 시중은행에 집중돼 지역 자금 역외 유출과 지역금융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지방은행과의 거래 확대를 촉구했다.
부산경실련은 2024년 말, 약 한 달간 부산소재 4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방은행 거래 실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이전 공공기관 13곳의 부산은행 예치금 비중은 2023년 12%에서 2024년 9%로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부산으로 이전한 13개 공공기관 중 부산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는 곳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단 2곳(15%)에 불과했다. 부산은행 자금 예치 비율이 50%를 넘는 기관 역시 이들 두 곳뿐이었다. 반면, 국립해양조사원·한국남부발전·한국예탁결제원 등 8개 기관은 부산은행에 단 한 푼도 예치하지 않았다.
특히, 전체 공공기관 예치금은 2023년 11조 4555억 원에서 2024년 13조 8125억 원으로 21% 증가한 반면, 부산은행 예치금은 1459억 원(10%)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 예치 비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15%로 줄었다. 이는 이전 공공기관의 부산은행 예치 비율이 12%에서 9%로 하락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부산경실련이 함께 조사한 이전 공공기관 외 부산지역 28개 공공기관의 경우, 2024년 기준 전체 예치금의 72%가 부산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나타나 지방은행 이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특히 부산항만공사는 전년 대비 늘어난 자금을 대부분 부산은행에 예치해 예치 비율이 28%에서 90%로 크게 증가했으며, 부산시 산하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대부분도 부산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관광공사, 부산환경공단, 부산시설공단,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부산문화회관, 부산사회서비스원, 부산여성가족과평생교육진흥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영화의전당 등 9개 기관은 예치금 전액을 부산은행에 맡기고 있었고, 부산교통공사(74%), 부산도시공사(68%), 벡스코(78%) 등도 50%를 넘는 높은 예치 비율을 보였다.
반면 부산의료원은 부산은행 예치금이 전혀 없었고, 부산문화재단(18%), 부산신용보증재단(31%) 등 일부 기관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부산연구원은 비공개 회신, 부산테크노파크는 자료 미제출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전 공공기관 외 28개 공공기관의 총 예치금 규모는 전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부산은행 예치금은 1조 35억 원으로, 이전 공공기관의 예치금(1조 2768억 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 28개 기관의 총 예치금은 2023년 대비 2024년 1397억 원 증가했지만, 부산은행 예치금은 842억 원 증가에 그쳤다.
부산경실련은 “이전 공공기관들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설립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며 “운영자금이 시중은행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 지역 경제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경실련은 ▲혁신도시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한 지방은행 거래 의무비율 명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지방은행 거래실적 반영 ▲지방은행에 불리한 주거래은행 평가기준 개선 등 정책 제안을 내놨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은행은 지역 자금을 지역 내에서 재투자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전 공공기관이 지방은행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