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뉴스=신규성 기자) 지난 1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조용한 식당. 곰스컴퍼니 박준우 대표와의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공연처럼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그의 청춘은, 어느새 소외된 이야기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창작 뮤지컬 제작자의 삶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가 공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대학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한 소극장 조명 오퍼레이터 일을 통해서였다.
“처음엔 생계 수단이었어요. 그런데 커튼콜을 지켜보며 울컥했죠. 나도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감정이 들었어요”
이후 음향, 무대감독, 기획보조 등 다양한 현장을 거치며 공연을 업(業)으로 받아들였고, 2021년 직접 공연기획사 ‘곰스컴퍼니’를 창립했다.
회사의 이름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끝까지 가는’ 걸 목표로 하는 그는 설립 초기에는 주로 라이선스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담은 창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창작 뮤지컬 ‘갱디’ 다.
‘갱디’ 는 임진왜란 직후 피폐해진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세상이 절망에 잠긴 그 시절, 단맛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소녀 ‘단이’는 우연히 만든 사탕 ‘갱디’를 통해 귀신과 대화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이어간다.
단이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귀신 사이에 따뜻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판타지 코미디를 넘어, 사회적 낙인과 외면받는 이들을 보듬는 메시지가 담긴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청년 빈곤·비정규직·불안정한 삶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박 대표는 “처음엔 홍보도 없었고, 언론 보도도 없었어요. 그런데 관객이 관객을 데려오는 입소문이 시작되더라고요. ‘이건 제 이야기 같았어요’라는 말이 가장 고맙죠”라고 회상했다.
공연이 끝난 후 극장에 비치된 후기 노트에는 관객들의 손글씨 반응들이 남아, 작품이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공감의 공동체’임을 증명했다.
곰스컴퍼니는 ‘갱디’를 시작으로 ‘도시 3부작’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첫 작품이 청년과 빈곤을 다뤘다면, 다음은 ‘청년과 가족’, 이어 ‘청년과 지역’을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두 번째 작품의 리딩공연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에게 곰스컴퍼니가 어떤 기획사로 기억되길 바라냐고 묻자, 그는 짧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관객이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느끼는 공연을 만드는 회사. 그거면 충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