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제품으로 ‘빌트인’ 공략
작은 틈에 숨기거나 딱 맞도록
가구장까지 새로 만들어주기도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하루만 놓쳐도 따라잡기 빠듯할 만큼 빠릅니다. 어렵다는 편견마저 있어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테크크]는 편한 뉴스를 지향합니다. IT, 전자, 게임 등의 소식을 보다 접하기 쉽게 다듬고 정돈해 전합니다. 웃으며 가볍게 보셔도 좋습니다. <편집자주>
꼭 들어맞아야 한다. 최근 가전업계의 화두는 일체감이다. 가전제품이 공간에 어우러지게 쏙 집어넣거나 여의치 않으면 주변 환경을 기기에 맞추는 시도도 하고 있다. 마치 원래 둘이 한 몸이었던 것처럼 조화시키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부터 ‘가전 가구장 리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매 가전에 따라 가구장을 설치해주는 것이 골자다. 제품과 살을 맞대는 장에도 비로소 신경쓰는 것으로, 체계는 보다 폭넓다. 원래 있던 가구장 철거부터 제품 설치에 더해 1년간 AS 보증 등 사후관리를 제공한다.
설치 옵션도 다양하다. 가전제품만 단독으로 설치할 수 있는 ‘기본형’, 수납장을 추가해 공간 활용을 높이는 ‘수납형’, 무드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는 ‘홈바형’ 등이 있다. ‘가전 가구장 리폼 서비스’ 대상 품목은 냉장고,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오븐이며 앞으로 세탁건조기와 로봇청소기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원래 있던 것처럼 쏙쏙
보다 쉬운 길은 제품을 실내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빌트인’ 가전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의 핵심어도 감추는 것이었다. LG전자가 이 자리서 공개한 로봇청소기 신제품이 대표적이다. ‘히든 스테이션’은 이름 그대로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꼭꼭 숨는다. 싱크대 하단 걸레받이 부분이나 주방의 문 뒤, 구석처럼 활용이 어려운 빈 공간에 로봇청소기의 집 격인 스테이션 설치가 가능하다. 부품의 부피와 높이를 줄인 것이 잘 숨는 비결이다.
빌트인 디자인 적용이 가장 활발한 것은 가전제품 중 몸집이 큰 편인 냉장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키친핏 맥스, 핏 앤 맥스란 이름을 앞세워 가구장이나 벽 사이 틈에 알맞게 자리하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핵심은 힌지(경첩)다. 문을 열 때 회전 반경을 줄이는 기술이 빌트인 냉장고의 등장을 부추겼다. 양사 제품 모두 양쪽에 4㎜의 간격만 있어도 설치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정도 틈만 있어도 문을 90도 이상 열 수 있다. LG전자는 새로운 힌지 기술인 제로 클리어런스(Zero Clearance)를 적용해 문이 안쪽으로 도는 경로를 확보했다. 벽에 거의 밀착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전제품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보던 시각이 대부분이었다”며 “미니멀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되도록 제품이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것이 득세하고 있다”고 했다.
빌트인 시장 공략 속도전
양사는 세계 빌트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LG전자는 ‘SKS’란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를 앞세워 진군하고 있다.
최근에는 LG전자가 미국의 대형 ‘빌더’(건축업체)인 ‘센추리 커뮤니티스(Century Communities)’와 생활가전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센추리 커뮤니티스’는 미국 내 상위 10대 빌더 중 하나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9년까지로, LG전자는 ‘센추리 커뮤니티스’가 미국에 짓는 수 만 채의 신규 주택 전부에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 고효율·AI 가전을 공급한다.
이로써 LG전자는 미국 B2B(기업 간 거래) 생활가전 사업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파트너십을 통해 대규모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풍은 탔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빌더 사업 영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성장한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약 2.5배 증가한 수준이다.
LG전자 북미지역대표 정규황 부사장은 “LG 가전의 뛰어난 성능과 품질, 브랜드 신뢰도를 다시 한번 입증 받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 미국 B2B 생활가전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