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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그린피스 애플 차우 “이제 실천만 남았다”

동아시아 한국·대만 해양프로젝트 리더 “불법조업, 제도개선보다 실행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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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03.26 09:33:25

▲그린피스 동아시아 한국·대만 해양프로젝트 리더 애플 차우(사진: 허주열 기자)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해적국가(불법어업국) 지정’이 철회되고, EU 또한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와 원양어업계는 일단 한 시름 돌렸다는 분위기다. 국회에서는 최근 불법 어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원양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들은 이제 첫걸음을 떼었고,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입장이다. CNB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도움을 받아 언론최초로 불법어업의 실상과 대안을 7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의 한국·대만 해양프로젝트 리더 애플 차우를 만났다. 차우는 CNB와 단독 인터뷰에서 “제도적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먼 바다의 선상에서 그것이 제대로 실천될 때야만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불법어업 규제법안 국회 통과…해적국가 지정 피할까?
② 인성·사조·동원 불법어업·인권침해 ‘국제 망신살‘
③ 싹쓸이 참치 포획…‘참치통조림’의 불편한 진실
④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35호의 정체
⑤ 동원·사조산업 “그린피스, 유독 한국에 가혹”
⑥ 그린피스 동아시아 한국·대만 해양프로젝트 리더 단독 인터뷰
⑦ ‘싹쓸이 어업’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으로…대안은 없나?

▲그린피스 동아시아 한국·대만 해양프로젝트 리더 애플 차우(사진: 허주열 기자)

한국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는 사실 낯선 존재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주장을, 조금은 무모한 액션과 함께 알리는, 특이한 외국인들” 정도가 대부분의 일반인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일 게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사무실을 찾아가 만나본 그린피스 구성원들은 의외로 젊은 2~30대 연령대가 대부분이었으며, 특히 여성들이 많았다. 인터뷰 대상인 애플 차우(Apple Chow) 역시 그런 여성들의 일원이다.

홍콩시민권자로 2주마다 대만과 한국사무소를 오가며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해양 캠페이너답게 주꾸미와 굴, 홍어같은 해산물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한국·대만 프로젝트 리더 애플 차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유는?

일단 한국과 대만의 원양산업은 굉장히 유사하며 규모도 크다. 그래서 비슷한 전략적 캠페인을 전개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양국은 경제와 산업 전반에서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일단 대만 시장은 참치캔이 한국만큼 대중화되지 않았으며, 몇몇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수많은 중소기업들 위주로 원양어업이 이뤄지고 있다. 어선의 크기도 한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작다.

그린피스 활동 측면에서 보자면 대만은 한국에 비해 타겟 자체가 흩어져 있어서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 각 나라의 제도적, 정서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양국 원양어업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최근 ‘IUU(Illegal-불법, Unreported-비보고, Unregulated-비규제 어업)’라는 변수가 있어서 조금 특별한 상황이다.

최근 우리 정부와 업계가 IUU 지정을 탈피하고자 법령 개정 등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고, 덕분에 미국이 최근 IUU 지정을 철회했다. EU 역시 조만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전망인데, 우리 정부와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 대해 그린피스측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IUU 이슈는 한국이 단기간에 원양산업을 성장시키다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주변 국제사회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해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이 컸다. 정부와 업계가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고,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조치를 도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제도에 불과하다. 지속가능한 어업환경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바뀐 제도가 바다위에서 제대로 집행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지 못한다면 과거에 비해 그닥 달라질 것이 없다.

반면, 혁신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국은 역내 원양 리더가 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한국 정부와 업계가) 그런 혁신을 보였으면 한다.

국내에서는 중국 등 여타 국가에 비해 유독 한국을 그린피스가 까다롭게 비판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IUU 리스트에는 한국 외에도 다양한 나라들이 있다. 대부분 자국의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들이다.

그린피스 차원에서는 당연히 한 나라만 바꿔서는 지속가능한 어업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으므로,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과 대만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해양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바다는 모든 나라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바다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함께 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업계나 정부와 ‘같이’ 일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목표는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바다를 넘겨주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업계와 정부, 그린피스가 뜻이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한국·대만 해양프로젝트 리더 애플 차우(사진: 허주열 기자)

그린피스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 2012년 그린피스의 해양조사선 에스페란자호를 타고 약 한달간 태평양 주요 어장에서의 불법어업실태를 조사한 적 있다. 개인적으로 그 과정을 통해 바다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고, 우리 인간은 바다 가운데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불법어업에 연루된 모선(불법어선이 조업한 어획물을 모아두는 배)의 조사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모선은 당연히 냉동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냉동창고의 온도는 영하 20도에서 30도 사이였는데, 그 배 안에 불법어업 증거물들이 많았기 때문에 냉동창고 안에 들어가 조사하다보니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조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온몸에 동상이 걸려 있었다. 약 1주일간 동상 때문에 손가락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완치됐다.

그린피스 활동의 위험도는 어느 수준인가?

그린피스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기술적·법률적 자문을 여러 군데서 받는다. 다양한 검토를 통해 위험요소를 계산하고, 리스크(Risk)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언제나 발생한다.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개개인의 안전이다. 이후 그린피스와 상대방의 리스크도 고려하고, 리스크를 감수함으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가 충분히 크다고 판단될 때는 리스크를 감수한다.

이를테면, 보도됐던 ‘집어장치(FAD)’의 경우도 태평양 등지에 버려진 경우가 많은데, 이를 수거해 버리는 것도 단순해보이지만 쉬운 작업이 아니다. 바다의 파도 높이가 5미터 이상에 이를 때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작업을 포기한다. 다행히 그린피스의 배에는 경험자들이 많아 여러 리스크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원양업계 종사자들, 그 외 모든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해양은 모두의 문제인데 각각 위치에서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고, 현실에 대한 생각도 너무 다르다. 그린피스의 역할은 해양의 문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문제의 심각성,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과 정부, 업계, 시민단체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그린피스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린피스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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