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바람 타고 폭풍성장
기업공개·어음발행… IB도 흥행
공매도 재개에도 아직은 이상無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기지개를 펴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편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증권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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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지난 1분기(1~3월)에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시기에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41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02.2%나 성장했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 2847억원으로 96.7%, 삼성증권은 3993억원으로 무려 1717.34%나 늘어났다. 하나금융투자(영업이익 1164억원)은 81.62%, 하이투자증권(518억원)은 127.2%, NH투자증권(3744억원)은 596%의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4236억원, KB증권은 2897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올린 이유로는 우선 ‘동학개미’ 열풍이 꼽힌다. 동학개미 운동은 개인이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상황을 1894년 발생한 반외세 운동(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폭락하던 주식을 개미 투자자들이 매입하면서 주가를 떠받쳤는데 이 현상이 올해 1분기에 정점에 달했다.
1분기에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3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2.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부문의 성장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IB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증자, 어음 발행 등이 주된 사업분야다. 이 중에서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도드라졌다.
지난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는 6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모였다. 작년 58조5500억원을 모은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외에도 네오이뮨텍, 아이퀘스트, 엔비티, 엔시스 등 코스닥 기업들도 1분기에 상장했다.
여기에다 SK해운, 한온시스템 등의 유상증자도 IB 부문의 실적에 힘을 보탰다.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사업도 호조를 보였다.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1분기는 팬데믹 초기라서 성적표가 좋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동학개미 바람이 이어지면서 리테일과 IB, WM 등 대부분 분야의 실적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순풍에 돛 단 듯’
증권업계는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까.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팬데믹 상황이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PO 시장의 흥행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주 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17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상장이 기다리고 있어 향후 실적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IB 부문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초대형 IB 중 한 곳인 미래에셋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을 승인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네 번째다. 사업승인을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내에서 만기 1년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가령 10억원짜리 어음을 연리 2%로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면, 이를 다시 연리 4%로 기업 등에 빌려줘 2%P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른자위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리스크 요소도 있다.
당장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 ‘공매도(空賣渡) 재개’다. 공매도란 빌린 주식을 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가령 10만주를 빌려서 주당 1000원에 팔면 1억원을 손에 쥐게 되고, 이 자금으로 주당 900원에 주식을 사들이면 1000만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주가가 내려가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주가 하방 요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보통 공매도는 거래 규모가 크고 절차가 복잡해서 큰 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데, 이들이 대규모 자금력으로 주식시장을 교란시킨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는 팬데믹 이후 증시를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했다가, 지난 3일부터 재개했다. 다만 허용 범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대형주로 국한했다.
공매도가 증가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소외되고, 동학개미 바람이 한풀 꺾이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이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당분간은 현재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매도 투자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전체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