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은 카자흐스탄에서 잘 나가는 TV방송국 리포터다. 자칭, 타칭으로 카자흐스탄의 6번째 킹카다. 그러나 유럽 변방 카자흐스탄의 그의 삶은 남루하기 그지없다. 가난하고, 특정민족(유태인)에 대한 공포스러운 혐오가 가득하고, 생활은 저속하기 이를 데 없다.
<보랏>의 묘사에만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근친상간이 난무하고, 가부장제의 남성우월이 극에 달한 사회다. 그러나 <보랏>이 정말 감정이 있는 나라가 카자흐스탄인 것 같지는 않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유럽 귀퉁이, 러시아 언저리의 나라를 풍자하고 비꽈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히려 이 영국코미디언(사차 바론 코헨)에게 풍자의 대상은 미국이다.
<보랏>에서 보랏(사차 바론 코헨)은 선진문화와 방송환경을 배우기 위해서 정부의 후원하에 그의 프로듀서와 함께 미국여행을 간다. 이제 카자흐스탄 6번째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랏의 미국기행은 어이가 없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하철역에서는 전통방식으로 남자들에게만 키스로 인사를 나누다가 동성애자 취급을 당하고, 도시의 호수에서 선탠을 하고 빨래를 한다. 그러다가, 보랏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빠진다. TV에서 유명한 미국의 배우이자 포르노스타 파멜라 앤더슨을 발견한 것이다.
보랏은 프로듀서를 속여서 파멜라가 기다리는 LA로 촬영여행을 떠난다. 아메리카대륙을 가로지르며 미국문화를 빨아드리는 카자흐스탄 6번째 킹카의 여행은 여전히 어이없는 황당함으로 가득하다.
미국 남부의 친부시적 정서가 가득 넘치는 지역에서는 로데오 경기장을 방문하여 이라크전 지지연설을 하며 카자흐스탄 국가를 부르다가 도리어 봉변을 당한다.
흑인 슬럼가에 방문해서는 흑인 청소년의 최신 힙합패션을 배워서 그 패션을 양복 입은 채로 흉내 내어서 랩을 하며 고급호텔을 방문했다가는 보안경찰들에게 내쫓긴다. 그리고 고생 끝에 하룻밤 숙박을 얻게 된 친절한 유태인 노부부를 돈만 아는 악마와 마녀로 생각하며 돈을 부적 삼아 뿌리며 도망친다. 보랏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곤경의 연속이다.
보랏의 미국문화 탐방기는 보통 이 정도다. 짙은 블랙유머로 가득한 황당함과 어이없음이 그지없다. 과연, 보랏은 파멜라를 만나게 될까? 보랏의 소원대로 파멜라를 아내로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천박하고 저질스러운 영화, 카자흐스탄에 대한 문화적 편견과 미국문화에 대한 멸시로 가득한 영화에서 우린 무얼 봐야 할까?
사실, 깔깔거리고 웃다가 말면 그만인 것 같다. 미국문화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유머에 한 번 속 시원해하고 친구들끼리 뒷이야기를 하면 <보랏>에서 본전은 다 건진 것이다. 블랙유머가 있다지만 코미디 영화에서 짙은 감동을 느낀다거나 뭔가 생각할 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어패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보랏의 좌충우돌을 보다 보면 간혹 페이소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보랏은 뭐 대단한 것을 얻고자 그 먼 이역만리를 가서 이 고생을 할까? 보랏의 파멜라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린이들의 미모의 여인에 대한 동경에 불과하지 않을까?
특히, 후반부에서 보랏과 흑인 뚱보창녀와의 결합은 유치하지만 <바그다드카페>식의 휴머니즘을 생각하게 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귀국한 보랏은 여지없는 어이없는 멘트와 비쥬얼로 자신의 마을을 소개하고 엔팅 크레딧에는 창작한 것이 틀림없는 카자흐스탄의 국가가 나온다.
DVD를 보며 느끼는 마지막 소감은 카자흐스탄은 무슨 죄가 있어서 저렇게 마지막까지 모독를 당하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