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시작되자 배달 레이스도 빨라져
배민, 지역에 거점 마련해 물건 보관
주문하면 가까운 곳에서 보내는 체계
마트·편의점은 ‘지금’·‘즉시’를 전면에
하반기에 퀵커머스 서비스 늘릴 계획
2025년이 반환점을 돌았다. 상반기에도 국내 산업계에는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야심차게 벌인 신규 사업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해외에서의 새로운 도전 등 기업들의 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갔다. 그러나 숨 고를 새도 없이 곧장 남은 한 해 농사에 돌입해야 하는 시기. 기업들이 상반기에 뿌린 씨앗을 되돌아보고 하반기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빨리빨리 민족’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퀵커머스’가 상반기 유통업계 대세로 부상했다. 퀵커머스란 통상 30분~1시간 내로 주문한 상품을 배송지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생활 용품, 반려 동물 용품, 전자 제품까지, 뭐든 배달 가능하다.
봄부터 기지개를 켠 속도전은,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퀵커머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마침내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자 ‘빠름’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음식 배달 ‘노하우’ 살려 빠르게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즉시 배달 서비스 배민B마트를 필두로 퀵커머스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내 주요 거점에 마련된 도심형 유통센터(Pick Packing Center, PPC)에서 물류를 보관, 관리하며 주문 즉시 배달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달 24일 배민은 배민B마트 일부 매장의 영업 시작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6시로 3시간 앞당긴 ‘얼리 오프닝’ 지역을 확대했다. 배민B마트 은평점, 의정부점, 인천부평점 등 세 곳을 얼리오프닝 서비스 지점으로 추가했다. 이번 확대에 더해 앞으로도 배민B마트의 새벽 배달을 서울과 수도권, 지방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식품·생활용품이 주를 이루는 배민B마트와 달리 ‘장보기·쇼핑 카테고리’에선 개인 사업체들이 들어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 로지텍, 스노우폭스 플라워, 펫마트, 영풍문고 등이 전자 제품, 꽃, 반려동물용품, 책 등을 ‘퀵’하게 배달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퀵커머스 사업 주문자수와 주문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4%, 38.8% 증가했으며, 배민B마트 등 상품매출은 7568억원으로 전년(6880억원) 대비 10% 성장했다.
이에 질세라 쿠팡도 퀵커머스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자사 배달플랫폼 쿠팡이츠 앱에 ‘쇼핑’ 탭을 만들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식품, 문구용품 등을 배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이 가진 ‘빠른 배달’의 노하우를 음식 외 다른 영역으로도 넓혀 고객이 필요한 모든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나타나는 빠른 배송 성과…더욱 힘준다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도 퀵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며 오프라인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 배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 O4O(Online for Offline, 온라인 사업을 오프라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그로서리 전용 앱 ‘제타’를 출시하고 AI 기반의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슈퍼는 다음 달 31일까지 수박, 쌀, 생수 등을 한 개만 사도 무료로 배송해주는 ‘하절기 무료 배달’ 서비스를 진행한다.
홈플러스는 약 110개 점포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주부’ 피커 약 2200명을 앞세워 ‘맞춤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예약 배송이 가능한 ‘마트직송’ 서비스, 1시간 내외로 배달하는 ‘즉시배송’ 등을 운영 중이다. 이에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1조 5000억 원을 넘으며,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또 지난 4월엔 배민 ‘장보기·쇼핑’ 카테고리에 강동점, 신도림점 등 6개 점포를 입점시킨 데 이어 지난 6월엔 금천점, 영등포점, 남대구점, 청주점, 전주효자점까지 5개 점포를 추가로 넣었다. 이달엔 34개까지, 다음 달엔 총 40개 이상 점포를 배민에 입점시킬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도 배민에 이어 네이버의 초고속 쇼핑 서비스 ‘지금배달’을 시작하며 퀵커머스 의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금배달’은 사용자 주변 1.5km 내외로 빠르게 배달하는 것으로, 지난 5월 CU 편의점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재 GS25는 1000여 곳, CU는 전국 매장 3000여 곳이 ‘지금배달’에 입점해 있다. 앞으로 CU는 4000여 곳을 추가로 입점시키고 GS25도 해당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CNB뉴스=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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