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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당찬 제2인생…혹한 녹이는 CJ대한통운 ‘실버택배’

응암동 서울 1호점 개소…시니어 일자리 창출·경쟁력 강화 ‘윈윈’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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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1.22 15:00:34

▲CJ대한통운이 개소한 실버택배 서울 1호점에서 시니어 택배원이 상자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정의식 기자)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인 빈곤과 일자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 소재한 백련산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내에 ‘실버택배 서울 1호점’을 개소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부터 서울지역에서의 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2.4%로 이보다 약 4배나 높은 수치다. 


이러한 현실에서 삶의 활력과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실버택배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CNB는 혹한을 녹이고 있는 ‘실버택배’ 현장을 찾아가 봤다. (CNB=이성호 기자)


대기업 ‘사회적 배려’…시니어들 제2인생

지자체 “우리도 동참” 관심…실버물류 부상

대한통운, 내년까지 1000개 일자리 창출


CNB 취재진은 지난 15일 오후 실버택배 1호점을 방문했다. 때마침 택배차에서 내려놓은 상자들의 분류작업이 한창이었다. 입김이 불어나오며 분주하게 일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 1호점에는 총 11명의 시니어가 택배원으로 근무, 이 아파트 3차 단지 700가구의 배송 및 집화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한통운 측은 우선 내달부터는 직원을 더 충원해 같은 아파트 1차와 2차 단지를 포함, 총 3200여 세대까지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실버택배원들이 배송할 물건을 전동카 등에 싣고 있다.(사진=정의식 기자)

시니어들은 분류 작업을 마치자마자 바로 배송에 투입됐다. 전기로 움직이는 스마트 카트 및 손수레에 각자 할당된 물건을 싣기 시작했다. CNB 취재진은 작업에 방해가 될까봐 한켠에서 숨죽인 채 지켜봤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갈 무렵 조심스레 인사를 드리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처음 인사드린 분은 “빨리 나가봐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 모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쉬고 있었는데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 다니게 됐다”며 “집도 이 근처라 낮 12시쯤 출근해 택배차가 물건을 내려주면 분류하고 (정해진 구역으로) 배달하러 간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중 김 모 할아버지(75)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김 할아버지 역시 이 근방에 거주하고 있다. “지금 배달 나간다”길래 취재진도 따라 나섰다.


이날 김 할아버지는 배송할 물량이 많지 않아 손수레를 사용했다. 아파트주민들에게 전달할 박스 10개를 실었다. 배달할 것이 많을 경우엔 전동카트를 이용하지만 이 정도는 팔뚝 힘에 맡긴다고 했다.


“사람이 집에 있는 경우 물건을 전달하기 편해. 없을 경우는 직접 전화를 해서 택배 왔다고 하고 요구에 따라 경비실에 맡겨놓든지 하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 일은 할 만해.”


▲김 할아버지가 손수레에 상자를 싣고 배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정의식 기자)

일주일 3일 출근…땀흘리는 재미 솔솔


김 할아버지팀은 현재 백련산힐스테이트 아파트 3차 단지 700가구 배송을 맡고 있다. 전체적으로 하루 물량은 100개 이상으로 1명당 일일 약 20~30개 박스를 담당한다. 김 할아버지는 맡은 구역만 돌기 때문에 충분히 할 만한 양이라고 했다. 시니어 택배원들은 일주일에 교대로 3일씩 출근하며 하루 약 3시간 가량 일한다.


2월부터는 이 아파트 1차·2차 단지까지 운영범위가 넓어지게 돼 총 3200세대에게 실버택배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아파트 지하 2층 입구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수레를 싣고 배달할 층수를 눌러 바로 일을 시작했다.


김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택배상자의 운송장을 확인하고 해당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택배 왔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고객으로부터 택배를 받았다는 서명을 받는다. 돌아서는 할아버지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건네진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고층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초인종을 눌렀으나 안에 사람이 없었다. 운송장에 부재 시 경비실에 맡기라고 돼 있었기에 전화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길에 날씨 이야기를 했다. 겨울철이라 춥고 빙판길로 인해 출퇴근 및 일할 때 고충이 없는지 물었다. 김 할아버지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금년에는 눈이 별로 안와서 다행이야. 장갑도 가지고 다니지만 손이 더뎌 잘 안 껴.”


할아버지는 옆 동으로 옮겨 또 부지런하게 물건을 전달했다. 고정급이 아니라 나르는 개수만큼 돈을 받기에 일정하지 않지만 월급은 대략 월 3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물량이 많을 때는 더 많이 받게 된다. 


분실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회사측에서 고객에게 보상해줬지만 이번 달 부터는 실버택배원이 책임져야 한다. 즉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직접 변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쌀 포대 같은 물건을 들어 외려 건강을 상하게 되진 않을 지 염려스러웠지만 김 할아버지는 정정함을 과시하셨다. “그렇게 무거운 것은 거의 드물어. 내가 41년생인데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도 다니는 데 뭘….”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하고 싶다며 별 어려움 없이 일하신다고 했다. 물건이 잘못 전달되는 일 없이 꼼꼼히 전표를 확인하는 할아버지. 취재진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면서 맡은 바 일을 척척해내신다.


이번에는 사람이 자리에 없어 전화를 거셨다. “택배인데요. 집에 안 계시네요. 누구 앞으로 왔냐고요? 네 000씨 앞으로 왔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경비실에 맡겨 놓겠습니다.”


일반 택배원과 다르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덧 가득 쌓여있던 택배가 하나 둘 주인들 손에 건네지고 경비실에 맡길 상자 두개만 남았다. 상자가 줄어들 땐 성취감도 든다.


일하시는데 귀찮게 하고 어수선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환하게 웃으셨다. 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취재진은 실버택배 사무실로 이동했다.


▲실버택배원이 전동 손수레에 전달할 택배를 싣고 배송지로 향하고 있다.(사진=정의식 기자)

민·관 협력 모델 ‘눈길’


실버택배 1호점은 기업·정부기관·지자체·아파트주민대표회 협력에 의해 탄생했다. CJ대한통운이 운영·장비 등을 지원하고 은평구는 행정적 도움을 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인력 공급을 맡고 있다.


1호점 외벽에는 ‘서울실버종합물류(주)’라고 새겨져 있었다. CJ대한통운과 유관기관 등과 같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자 고령 친화기업으로 실버택배원들은 이 회사 소속이다.


총무일을 보는 서울실버종합물류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월·수·금, 화·목·토로 나눠 3일씩 근무하고 있다”며 “개소 이후 개인사정으로 어쩔 수없이 그만둔 분을 제외하면 초기 멤버 그대로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월부터 1차·2차 단지로까지 사업 범위가 넓혀져 시니어 인력이 더 충원될 것”이라며 “현재 하루 물량은 100개 이상이며 가장 많을 때는 194개였다”고 설명했다.


마침 이날은 월급날이었다. 급여는 실버택배원들이 물건을 전달하고 택배상자에 떼어낸 업체용 전표수 대로 받는데 1월에는 배달 물량이 많지 않아 한 분당 기본 30만원 이상은 받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시 일하니 활력을 찾게 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실버택배의 매력일 게다. 초기에는 연세가 70·80대 분들이다 보니 호수를 잘 못보고 엉뚱한 물건을 전달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현재는 노하우가 쌓여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분실률 또한 제로다.


이 관계자는 “거리가 멀지 않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만 하루에 3시간 정도만 하면 되니 운동도 되고 특히 업무에 익숙해지니깐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싶어 하신다”며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를 만든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다”고 전했다.


물론 크게 만족스러운 일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노인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다른 일거리들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실버택배 활성화도 쉬운 것만은 아니다. 중량감이 큰 물건을 시니어 인력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부문도 있고, 무엇보다 아파트 주민들이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수적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저 멀리서 김 할아버지가 1차 배달을 마치고 다른 동에 배송할 물건을 가지러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 계셨다. 뛰어가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그만 가보겠다고 했더니 손을 흔들어 주셨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발길을 돌리는 순간, 은퇴하고 나서 경비일을 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잠시 투영됐다. 오래 오래 무리하지 않고 즐겁고 건강하게 일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자리를 떴다.

▲부산 부전마켓타운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실버택배.

사회공헌·수익창출 ‘두 마리 토끼’ 확대


기다리던 상품을 받기 위해 문을 열어보니 익숙한 택배 아저씨가 아닌 할아버지가 박스를 들고 서있는 모습은 이곳에서 만큼은 낯설지 않다.


CJ대한통운은 서울 외에도 경기·부산·인천·대구·대전·충청·경상 등 23개 시·구 지역에서 53개의 실버택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약 400여 명의 시니어 인력들이 배송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6년까지 시니어 일자리 1000개 창출을 목표로 전국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연로한 인력들이 신체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루 3시간~4시간 정도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며 물량에 따라 월 최대 100만원 이상까지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실버택배원들의 호응도 또한 높다. 이유인즉 근무시간이 길지 않고 전동 장비를 사용해 신체적으로 부담이 가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회사 측에서도 상부상조다. 택배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니어 인력들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기존 택배차 진입이 어려웠던 아파트 단지에 한결 손쉽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택배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전통시장(부산 부전마켓타운)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응용되고 있는데 시니어가 지역 문화재 해설사로 나서 관광객을 전동 세발자전거에 태워 문화를 탐방하는 ‘이바구 자전거’는 이미 부산 동구의 명물이다.


자치단체들은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사업 모델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서울 실버택배 1호점 개소 이후 서울 지역 기초자치단체들로부터 협업에 대한 제의나 문의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유가치창출을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실버종합물류라는 업체를 세워 독자생존이 가능토록 했다”며 “50여개가 넘는 거점에서 일하고 있는 실버택배원들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부산지역에서 실버택배 사업이 가장 활성화 되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1호점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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