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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튀는 경제] 룰을 깨는 자가 룰을 지배한다

새 규칙은 도전에서 비롯, ‘벤치마킹’ 뛰어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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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cnbnews기자 |  2015.12.30 09:43:27

1896년 아테네 올림픽 육상 100미터 결승전. 모든 선수들이 일어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한 선수만 캥거루처럼 땅에 머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보스톤 대학교 학생이었던 토머스 버크는 ‘땅’ 하는 소리와 함께 특이한 출발 자세의 도움으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일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지난 수 백 년간 지속되었던 달리기의 규칙을 바꾼 순간이었다. 지금은 우사인 볼트도 따라 하는 이 출발 방법을 크라우칭 스타트(Crouching Start)라 부른다.

40년 후 수영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배영 100미터 종목에서 아돌프 키에프 라는 선수가 손으로 벽을 짚고 도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1미터 앞에서 턴을 하여 발로 벽을 찍고 나아갔다. 강한 탄력의 도움을 받아 몇 초의 시간을 아낀 그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금메달을 목에 건다. 지금은 동네 아주머니들도 이 플립 턴(Flip Turn)으로 동네 수영장 레인을 휘젓는다.

기존 룰을 깨뜨리는 위와 같은 방식이 처음 선보였을 때는 모두들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일부는 이를 편법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효과성이 증명되면 점차 많은 이들이 따라 하게 되고 이는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비즈니스 현장에도 기존 룰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를 ‘개인이 소유한다’에서 ‘공유한다’로 바꾼 신생 회사가, 업종별 분업화에 대한 반기로 ‘제조에서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류 회사가, 필요한 서비스만 남기고 다 제거하여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겠다’는 항공사가,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각광받던 경영이론인 벤치마킹(benchmarking)의 효과에 대해 근래 들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두 가지 이유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어지간한 정보들은 다 공개되면서 나의 성공 방법을 남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 전략이 수렴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외부 환경이 어느 정도 고정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너무도 급변하는 환경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의 성공 방식을 따라 한다는 것은 조금은 안이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양적인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지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성공이 어렵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요구한다. 이럴 때 모범생들이 쉽게 갖고 오는 단순한 베끼기가 아닌, 괴짜들의 새로운 ‘크라우칭 스타트’와 ‘플립 턴’이 필요하다. 규칙을 지키는 자(者) 위에 규칙을 만드는 자(者)가 있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 됩니다

■ 정세현
현 Tivoli Advisory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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