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민병원 이동엽 척추센터장.
지난 2003년인 10여 년 전,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라는 책이 국내에 소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요슈카 피셔는 독일 외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폭식으로 인해 몸무게가 112kg이나 나갈 정도로 고도비만에 시달렸다.
바쁜 일정 속에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어느덧 달리기에 중독되면서 체중 감량에 성공할 뿐 아니라 자기 성찰과 명상을 통해 근본적으로 삶을 개혁하게 된다. ‘달리면 인생이 바뀐다’는 메시지를 설파했던 이 책 덕분에 국내에도 한 동안 달리기 열풍이 불었었다.
서울부민병원 이동엽 척추센터장은 "진료를 보다 보면 허리 디스크 환자분들이 ‘달리기가 허리에 좋은 운동인지’ 종종 물어오는데,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으로 치료 중인 분들에게 달리기는 그다지 좋은 운동은 아니다"고 조언한다.
달릴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뛸 때마다 ‘쿵쿵’하며 온몸의 관절들이 충격을 받는데, 무릎과 발목이 자신의 체중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이 가해지듯 허리도 당연히 충격을 받게 된다. 허리가 건강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소한 충격이 약해진 허리 디스크에는 심각한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는 심장에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40대 이후 허리 디스크 환자들의 CT 검사 결과를 보면, 복부 동맥에 동맥경화로 인한 석회화가 발생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복부 동맥에 동맥경화 소견이 보인다는 것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에도 동맥경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줄 모른 상태에서 달리기를 하게 되면, 심장 근육은 빨리 뛰는데 이에 필요한 혈액이 제때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나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병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장 부정맥 환자가 마라톤과 같은 오래 달리기를 즐겨 하는 경우 갑작스런 심장 마비로 급사를 유발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동엽 센터장은 "달리기의 대안으로 ‘빨리 걷기’ 운동을 추천한다. 빨리 걷기는 척추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허리를 곧게 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 신전근 강화에 좋은 운동법"이라고 말했다.
척추 신전근이 강화되면 척추 뼈나 디스크와 같은 구조물에 외부 충격이 직접 전달되지 않고 근육이 한 번 흡수하고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척추의 균형을 잡아주며 신체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특히 척추와 심혈관을 비롯한 신체 모든 부위에 노화가 가속화되는 40대에는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고 내장 지방까지 연소시킬 수 있는 걷기만한 좋은 운동이 없다. 달리기와 같은 격렬한 운동은 근육 속의 글리코겐만 소모시키지만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면 기초대사가 촉진되어 복부에 쌓인 내장지방을 연소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걷기 운동을 매일 한 시간 정도씩 실천하면 허리는 물론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움말 = 서울부민병원 이동엽 척추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