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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상대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겠다는 금융사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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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9.01 16:31:47

▲(사진=CNB포토뱅크)

일부 금융사들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법’을 운운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요란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결국 법원행이다. 민원 등을 제기 시 무조건 소송부터 걸고 보자는 남발행위도 여전하다.   

물론 소송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얼마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다면 지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생명보험업계의 뇌관인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건을 보자. 생보사들은 재해사망특약에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한 이후 자살 시에는 약정한 보험금 즉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지만 약관상 실수,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지급을 통보했지만 소비자들과 소송을 벌였다. 결국 지난 5월 대법원은 특약에 명시된 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일부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최종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손해보험사로 시선을 돌려보면, 지난해 보험금청구 1만 건당 대비 소송제기비율은 많은 데가 6.87건 이었고 전체 평균 1.9건이다. 무엇보다 소송을 제기해놓고 취하하는 비율은 30.7%로 집계됐다. 보험사가 계약자를 대상으로 10번 소송을 걸어놓고 3번은 취하했다는 것인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소송을 걸었는데 왜 취하를 할까? 여기서 의구심이 발생한다. 일단 손보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사측에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 낸 다음 취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카드업계의 경우 지난 2014년 사상 최대라 불리는 카드 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졌다.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전무하다시피 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 중 일부가 공동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승소를 하더라도 정작 카드사로부터 위자료(10만원)를 받은 소송인(피해 소비자)은 현재까지 단 1명도 없다. 이유인 즉 카드사들이 전부 항소를 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소장이 날아오면 겁부터 나게 마련이다. 특히 피해를 입어 구제를 받기 위해선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일일이 소송전에 나서야 하는데 좀체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입증을 스스로 해야 하고 시간을 들여 지리한 법정 공방에 시달려야 한다.
 
역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피해보상은 소송에 승소한 사람에게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 제도상 맹점이다. 

피해배상액이 소액인 경우에도 기업 입장에서 즉각 항소에 나서는 것은 잠재적 소송인들을 차단키 위함이다. 소송을 걸었더니 보상을 해준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참여자가 늘어나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기업들은 웬만하면 최대한 길게 3심까지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깊은 속내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가다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소멸시효가 끝나면 청구권이 사라져 소송 기회자체가 박탈된다. 재판 결과를 지켜보던 비슷한 피해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적으로 떨어져 나가게 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된다.

이에 일부 소비자가 승소를 하면 나머지 같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도 소송 없이 모두 구제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는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청원했다. 이 청원안은 고의·중과실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는 반사회적이고 무책임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취지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징벌배상액의 법적 상한을 두지 않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방법. 공분이 일어날 때만 잠깐 고개를 숙이고 이후 실질적 책임은 '나 몰라라’하는 일종의 패턴이 지속 반복돼선 안 된다.

소비자를 외면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풍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징벌제 외에도 집단소송제 관련법이 계류돼 있다. 법은 공평할지언정 가까운 자에게 이롭다. 현재 소비자는 법에서 멀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국회에서의 관련법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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