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 힘입어 2분기 깜짝실적
수수료·금리 인하 예고돼 부담 작용
올해 고비 넘겨야 신사업 안착할듯
백신 보급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잠시 되살아나던 글로벌 경기가 다시 안갯속에 휩싸였다. 여기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내수시장도 암흑기다. 이런 와중에 언택트(비대면) 업종 중심으로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편은 성장세를 이어간 카드업계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2분기 핫실적①]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잘 나가던 ‘3N’에 무슨 일?
[2분기 핫실적②] KB·신한·하나·우리금융…‘역대급 잔치’ 언제까지
[2분기 핫실적③] 중국에 기댄 뷰티업계…불안한 ‘속내’
[2분기 핫실적④]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빅3’ 실적잔치 언제까지?
[2분기 핫실적⑤] 희비 엇갈린 건설업계…승패는 ‘해외사업’
[2분기 핫실적⑥] 흔들리는 증시…증권업계 ‘불안한 실적행진’
카드업계는 2분기에도 실적행진을 이어갔다.
비씨카드(KT 계열사)는 이 시기에 영업이익 3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늘었다. 롯데카드는 644억원으로 240.9%나 급증했다.
삼성카드(1947억원)와 신한카드(2683억원)는 각각 32%, 9.9% 증가했다. 하나카드(957억원)와 현대카드(1280억원), KB국민카드(1516억원)도 각각 91.4%, 3.5%, 34.9%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이유는 ‘보복 소비’(상황이 호전되면서 급격히 분출되는 소비현상)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치료제가 보급되면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난 것.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분기 전체 카드 승인 금액은 24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다.
사업 다각화도 이유로 볼 수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해왔는데, 그 해결책으로 할부, 리스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마이카’, KB국민카드는 ‘이지오토 할부 다이렉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차를 낮은 금리에 할부로 구입할 수 있고, 포인트 캐시백 등 혜택을 준다.
리스 금융도 확대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렌탈 중계 플랫폼인 ‘마이렌탈샵’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렌탈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전자계약과 입금, 만기 해지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법인 사업자와 개인을 상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리스 금융을 실시하고 있다.
오픈뱅킹(Open Banking)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오픈뱅킹은 고객이 원하면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다른 은행, 증권사의 계좌에 접근해 자금을 찾거나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비씨·신한·우리·현대·KB국민카드가 이를 시작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2분기 호실적은 보복 소비와 사업 다각화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작년 2분기 실적이 많이 나빠져 기저효과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믿는 구석은 ‘온라인 시장’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우선 가맹점 수수료 인하 가능성 때문에 비관적인 시선이 있다.
수수료는 2019년 1월부터 연 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의 경우 2.05%에서 1.4%, 1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이하는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하지만 오는 11월 금융당국의 적격비용(위험 관리·자금 조달 등 원가를 분석해 결정하는 것) 산출이 끝나면, 수수료가 더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도 부담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출 부문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온라인 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양한 상업자 표시 카드(PLCC)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대한항공, 배달의민족, 이베이코리아, SK브로드밴드, SPC그룹 등과 손잡고 특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좋아하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맞춤형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마이 데이터 사업도 있다. 이는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금융정보를 분석한 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기존의 앱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지만 서서히 다양한 유료 서비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하반기에 가맹점 수수료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며 “신사업이 자리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내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강화돼 맞춰야 할 조건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은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