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3일 처음 진행된 여야 대선 후보 4자 TV토론이 싱거운 난타전으로 막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선전했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한 후보가 없어 당장 유권자들의 표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야 각당은 서로 자당 후보가 잘했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CNB가 각 당의 표정을 들여다봤다. (CNB=심원섭 기자)
민주당 “이재명, 준비된 국정운영 역량 보여”
민주당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토론 내내 국정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된 국정운영 역량을 잘 보여줬다”면서 “시종일관 토론 의제를 민생의 장으로 이끌고, 대전환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를 함께 찾고자 힘썼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남을 깎아내리고 헐뜯기 위해 자신의 비전과 정견을 알릴 시간을 허비하는 야당 후보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며 “‘대선후보 윤석열’은 안 보이고 ‘검사 윤석열’만 보였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토론을 통해 많은 국민들은 무지하고 준비안된 초짜 정치인 윤석열의 모습을 봤다. 특히 윤 후보가 RE100에 대해 ‘그게 뭐냐’고 되묻는 등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국힘 “윤석열, 진정성·뚝심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 대표를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윤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먼저 이 대표는 토론 직후 자신의 SNS에 연달아 3개의 글을 통해 “한 사람은 (검찰) 총장이고 한 사람은 (검사) 사칭인 이유가 대장동 토론에서 드러났다”면서 “자료를 들고나오는 것에 대해 왜 그리 (이재명 후보가) 완강히 거부했는지 알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다른 글에서 “안보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중국과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을 평화이고 안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철저하게 학습한 우리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선대본부 관계자도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토론에서 보여준 진정성, 강직함, 뚝심 등을 따라잡을 사람이 없었다”고 자평하면서 “이 후보가 대장동에서 자꾸 도망가려하는 것을 윤 후보가 그 뒷덜미를 제대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정의당 "비호감 대선을 정책경쟁으로 바꿨다"
이번 토론을 계기로 ‘3강 구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토론을 마친 뒤 스스로 올린 SNS에서 “공적 연금 개혁! 4당 후보 합의를 끌어냈다”고 강조했으며, 구혁모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안철수:연금개혁 합의, 이재명:국민의힘이 막아서, 윤석열:청약 40점, 심상정:사람 잡는 대통령”이라는 키워드를 뽑기도 했다.
또한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심상정 대선 후보가 시대정신도 비전도 없는 진영 대결과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비호감 대선판을 시민의 삶과 대한민국 미래 비전 경쟁으로 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 각 후보 평가 엇갈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이 후보가 제일 잘했다. 설득력이나 안정감, 현실성 측면에서 상당히 우위에 있었다”며 최고점을 줬으나, 윤 후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균치 점수를 매겼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후보가 어려운 용어를 앞세워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너무 노력한 것 같지만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나 심 후보가 안정감 있게 했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쭉쭉 치고 나갔다. 제3지대 후보들이 양강 후보보다 훨씬 더 잘한 것 같다”고 안 후보와 심 후보를 치켜세웠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날 첫 4자토론이 판세에 결정적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오늘 토론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 지지층의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도 “탐색전, 전초전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오늘 첫 토론으로 국민들이 후보들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