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정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오는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를 내놔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윤 전 장관은 1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어 아는 게 없다”고 전제하고 “그렇지만 평생을 검찰이라는 높고 두터운 벽 속에서만 지내서 그런지, 울타리 밖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이 후보의 요청으로 지난 8일 만난 바 있는 윤 전 장관은 “이 후보는 일찍부터 대선에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도정 업무를 하면서도 틈틈이 중요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한테 많은 공부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어떤 분야의 문제라도 정리된 자기 생각이 있더라. (주위 사람들이) 동의하든 안 하든 그것은 다른 문제고 정리된 자기 생각이 있다, 그건 중요한 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던 윤 전 장관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두고는 “안 후보를 만나본 지가 벌써 여러 해가 됐기 때문에…좀 변한 것 같다”며 “조금 현실감각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장관은 윤 후보와 안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화 전망에 대해서는 “안 후보한테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또 ‘철수’라는 별명이 붙을까 봐”라며 “통합 제안하며 방법론까지 제시하니, 협상이 쉬워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전 장관은 임기 3개월을 체 남겨놓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40%대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말로는 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실제 행동은 전부 갈라치기를 했다”고 혹평했다.
아울러 윤 전 장관은 “국정 실패에 대해 말도 못하고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선될 때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당선될 때 득표율이 41%쯤 됐다. 지금 그 지지도를 유지하는 셈이다. ‘내 편’을 견고하게 가져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갈라치기를 통해 지지 결속력을 꾀한 결과로 국정 지지율 40%가 나오는 것”이라면서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빼놓고 나머지는 워낙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윤 전 장관은 민주당 전통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호남 민심 변화 가능성에 대해 “지난 몇 년 사이 광주를 가끔 내려가 친지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광주 분들 생각도 굉장히 바뀌겠네’하는 걸 느끼겠더라”며 “특히 지식인 계층이긴 하나 세대 관계없이 여러 분을 만나본 경험 있는데 얘기해보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여러분들은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왜 여기(호남) 정서가 안 바뀌냐’고 그랬더니 아직은 대중들한테까지는 침투가 안 돼서 당분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무엇보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