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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터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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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3.01.16 09:25:12

오른쪽에 스타벅스와 금성전파사의 간판이 보인다. 최근 경동시장에 스타벅스와 LG전자가 연 이색 공간으로 들어가는 길이 거기에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하천이 늑장을 부리며 흘러가다 꺾어지는 길목에 웬 대포가 있다. 기념비적 형상이다. 그곳은 6.25 전쟁 당시 방어선을 꾸린 한국군이 포진지를 구축한 장소다. 오늘날 포방터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유래다. 포성이 쩌렁했던 자리에 지금은 전통시장이 들어서 있다. 1970년대에 형성됐다 하니 나이를 꽤 먹었다. 포방터시장은 서울에서도 유난히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알려진 시장은 아니었다. 상인이 손님보다 많아 보일 때도 있었다. 아니었다는 것은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몇 년 전 드라마 촬영지로 조금씩 화제가 되더니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말 그대로 빵 터졌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서울 다른 지역서도 오고 지방에서도 줄지어 찾아왔다. 한동안 주말이면 좁은 길을 줄서서 걸어 다닐 정도로 붐볐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많았는데 그들은 “시간여행 온 기분”이라며 신기해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는데, 그들은 시장을 물건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놀러가는 곳으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또 다른 전통시장에 젊은 층이 놀러가고 있다. 이미 이름난 경동시장이다. 옛 세대에겐 ‘약재 성지’와도 같은 이곳에 MZ로 불리는 신세대가 재미를 찾아 몰려들고 있다. 옛것이 보고 싶어서라는 게 이유다. 스타벅스와 LG전자가 관심 폭증의 군불을 지폈는데, 신구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경동시장에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흔히 떠올리는 기존 매장의 모습이 아니다. 안 쓰던 경동극장을 고쳐서 카페로 탈바꿈했다. 극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젊은 층은 전통적 극장의 모습에 호기심을 품고 찾는다고 한다. 경동시장에 약재 말고 또 다른 ‘핫한’ 요소가 생긴 셈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별도 공간에서 지역 아티스트들의 문화예술 공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등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도 세웠다. 올만한 이유를 증식해 나가는 것이다.

같은 시기 스타벅스 옆에서는 수상한(?) 전파사가 운영을 시작했다. LG전자가 연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이다. 신식과 구식이 어우러져 있다. 방탈출 카페와 고화질 TV로 즐기는 오락실은 현재의 유행과 가깝다. 한쪽에는 “그래, 예전 집에 저런 게 있었지” 하며 무릎을 탁 치는 그 시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1958년 금성사 설립 이후 최초로 선보인 흑백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다. 기성세대는 향수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MZ세대는 “이게 진짜 레트로 감성”이라며 감탄한다. 세대불문 한데 뒤섞여 몰두하는 진풍경이 매일 연출된다. 21세기형 세대통합이 별안간 전통시장에서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

모처럼 젊은이들이 찾으니 시장도 덩달아 들썩인다. 어떤 상인은 “노년층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니 전체적으로 활기가 돈다”고 했다. 어떤 이는 “카메라 들고 중계하듯이 이것저것 찍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시장 홍보효과가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전통시장 옆에 짝패처럼 붙는 말이 있다. 살리기다. 전통시장과 살리기는 한 세트로 불린다. 전통시장은 왜 살려야 하는 존재일까? 두 시장의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시장은 살아있다. 찾는 사람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이다. 장터와 놀이터가 접목되자 시너지가 배가됐다. 살아있는 것에 무엇을 붙여야할까.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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