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 선임 사태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원회보다는 아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당내 시선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오는 24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에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적합한 인물이라는 의견과 함께 향후 비대위를 이끌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비교적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는 7일 CNB뉴스 기자와 만나 “현재 민주당에 닥친 각종 리스크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혁신위’가 아니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어쨌든 모두가 타협할 수 있는 비대위로 가는 것 밖에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그러나 비대위의 성격을 둘러싸고 친명, 비명간의 주장이 서로 다를 것”이라며 “비대위로 가더라도 이재명 대표 측에서는 ‘이 대표가 신뢰할 수 있고 지명하는 비대위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반명과 비명측에서는 ‘그건 안 된다. 모두가 다 공감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로 가야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앞서 지난달 22일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저서 출판기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나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내가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하면서 정계 복귀를 암시하는 발언을 꺼낸 이후 재차 국내 정치권에 복귀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오는 24일 귀국한다는 일정을 공유하면서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국가를 위한 나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내가 할 바를 하겠다”고 강조하며 정계 복귀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함께 내기도 했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확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역할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8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을 사랑하는 분이고, 누구보다도 민주당 내부 사정이나 정당 문화를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정계에 복귀해도 계파 갈등으로 얽힌 현 당 내부 상황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지금 당장 계파전에 뛰어들어 당의 분열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비대위로 전환한다는 것은 당내 계파 갈등이 해소되고 전권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니까 이 경우 이 전 대표만큼 적합한 인사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며 “귀국 타이밍도 완벽하고 여전히 당내 친낙계라고 불리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비대위 상황이 될 경우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자칫 이 대표와 각자의 지지자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당은 화합이 아닌 분란이 일어나는 등 계파 갈등을 심화하는 불씨가 돼 지난 2022년 대선 전후 때의 계파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서로를 향한 공격이 향후 자신에게 치명적인 비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경쟁자인 동시에 의기투합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운명 속에서 두 사람이 화합의 정치를 보여줄지, 또 한 번 맹렬한 공격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눌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