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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해엔 ‘아기 울음소리’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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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4.01.02 10:25:55

올해 정부 저출산대책 보니 ‘영끌 시즌3’
부동산 부양책 포기해야 출산율 올라가
이대로면 노인과 노인돌보미만 남을 듯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 전남 해남군 갈두마을. 10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을 곳곳에는 아이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10년 전 태어난 아이도 같은 부부의 첫째 아들이다. 해남군수는 직접 이 가정을 방문해 쇠고기, 미역 등 출산용품을 전달하고 기쁨을 나눴다.

# 경남 사천시 사천읍. 읍내에서 12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한 병원은 사천시 유일의 분만 산부인과가 있는 곳. 분만실 개원 후 첫 번째 아기 출생이다. 시장, 시의회 의장, 시의원, 의사회장, 약사회장, 농협, 수협단체장 등 내로라하는 지역 유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병원에서 성대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영화 같은 얘기들은 모두 최근 한달 새 실제 있었던 일이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문제’의 범주를 떠나 국가 존립 여부를 결정지을 열쇠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 1.0 미만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더 큰 문제는 출산율이 줄어드는 속도다.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이었는데, 지난해 2분기 0.7명으로 급락했다. 올해는 0.6명대로 예상된다.

인구학자들은 현재 인구 유지에 필요한 ‘인구 대체 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한국이 전 세계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실감나는 이유다.

이미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학령인구 감소로 절반 이상의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지방에서는 대학들 간 통폐합이 더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군부대 신병교육대 일부가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있으며, 심지어 부대 자체가 해체된 사례도 나왔다.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못 구해 아우성이다.

앞으로가 더 암담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20대 여성 중 결혼에 대해 긍정적 답변(‘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을 한 비율은 27.5%에 불과했다. 2008년 52.9%에 비해 반토막 난 것.

20~30대 청년 중 독신이 좋다는 응답은 절반(47.7%)에 달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계획이 없는 가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실례로 최근 CNB뉴스 편집국 기자 2명이 결혼을 했는데 모두 출산계획이 없단다)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애 낳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교실이 부족해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누고, 수백명이 줄 서서 소풍 가고, 가을운동회가 마을축제였던 게 불과 30~40년 전이다. 그 시절은 이제 사진으로만 기억해야 하나?

 

지난달 경남 사천시 사천읍의 한 병원에서 분만실 개원 후 첫 번째 아기 출생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에는 박동식 사천시장(왼쪽에서 세번째)을 비롯, 내로라하는 지역 유지들이 모두 참여했다. (사진=사천시 제공)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올해 시행한다는 저출산 대책들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온다.

우선, 정부가 야심차게 꺼내놓은 신생아 특례대출은 ‘영끌 시즌3’ 정도로 보인다.

아기를 낳은 가구가 집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싼 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건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받지 않아 평생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작년 초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영끌 시즌2)으로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건설·부동산 부양정책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더구나 신규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자고 나면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때라 더 그렇다.

 

조만간 시행된다는 ‘청년주택드림청약(청년우대청약통장)’ 또한 마찬가지다. 신규 공급 아파트 분양가의 80%까지 대출해주고 결혼, 출산하면 주담대 금리를 순차적으로 더 낮춰주겠다는 건데, 결국 ‘2024년판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결혼자금 증여 공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부모가 결혼하는 자녀에게 지원한 돈은 1억5천만원(양가 합산 3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준다는 건데, 이게 저출산 대책인지 부자 감세인지 헷갈린다. ‘여유 있는 부모세대’만 좋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내놓은 해법이 주목된다. 한은은 최근 ‘한국경제 80년(1975~2050)및 미래 성장 전략’ 보고서에서 집값을 2015년 수준으로 낮추면 출산율을 1.6명대로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0억(현재는 20억원대)이 되면 아이 낳기 시작할 거란 얘기다. 한은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부터 0%대 성장, 204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쯤 되면 정부도 뭐가 문제인지 충분히 알 것이다.

청년들에게 ‘비싼 집을 빚내서 사라’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집값 자체를 낮춰야 한다. 급여의 대부분을 평생 빚 갚는데 쓴다면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된 부동산 부양책 따위는 접어라. 부동산을 포기해야 출산율이 올라간다. 새해엔 제발 아기 울음소리 좀 듣자.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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