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활동사진/ 영화
'실종'은 60대의 남자가 20대의 젊은 여성을 농락하여 성폭행하고, 심지어 살아있는 채로 분쇄기에 갈아 죽이고, 갈린 시체 파편들을 닭의 모이로 주니, 여성들에겐 정말 잔인한 영화이다.
외모는 여느 시골 아저씨처럼 촌스럽고 성격은 순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속은 아주 지저분하다. 연쇄살인마로 변할 때의 겉모습은 능글맞고 추악하다. '추격자'의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하정우의 오싹함은 기대할 수 없다.
영화배우가 꿈인 여대생 현아는 판곤이 시키는 대로 옷을 벗고 판곤이 주는 대로 입고 먹는 등 그에게 이용만 당하다 처참하게 죽는다. 특히, 판곤에게 성적인 희롱과 폭행을 당하는데, 여성으로서 구역질이 나는 장면이 많다. 판곤에게 생니를 모조리 뽑히고 변태적인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살려주세요”라고 부들부들 떠는 현아에게 동정은커녕 화가 난다. “저런 더러운 인간에게 욕을 보면서까지 살고 싶을까? 차라리 스스로 죽었으면…”하는 생각 말이다.
반면, 동생보다 강한 정신력과 예리한 두뇌를 가진 언니 현정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판곤의 먹잇감이 되지만, 판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그가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는다. 어느 쪽이 더 사실적인 인물일까?
아무튼 '실종'은 파격적인 소재와 줄거리, 장면 등 보는 내내 땀을 쥐게 할 만큼 재밌고 구성이 탄탄한 영화지만, 그 대가로 오만 가지 인상과 들끓어 오르는 화를 얻는다. 또, 영화가 끝난 후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까지 안겨준다.
특히, 영화 관람 전에 음식 섭취는 금하라고 말하고 싶다. 현아가 생일 케이크의 생크림으로 아버지뻘 판곤에게 욕을 당할 때, 분쇄기에 생으로 갈려 닭 모이로 변신(?)할 때, 끔찍하게 죽은 동물들의 시체가 곳곳에서 발견될 때, 등장인물들이 도끼나 중국요리 칼 등으로 머리가 찍혀 죽을 때 등등 먹었던 메뉴를 다시 뱉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