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07.15 10:48:29
강하지만 자유롭게 변신 가능한 트랜스포머 로봇, 작게 접어 우주선에 싣고 나가 우주에서 넓게 펼 수 있는 태양광 패널, 자유롭게 접히는 폴더블 폰. 이 모든 것이 가능해 미래 사회를 방불케 하는 ‘종이접기형’ 복합재료가 개발돼 관심이 쏠린다.
부산대학교는 응용화학공학부 성동기 교수 연구팀이 강성과 연성을 동시에 갖춘 ‘종이접기형’ 복합재료를 개발해, 차세대 로봇, 전개형 우주 구조물, 웨어러블 기기 등에 활용 가능한 소재 및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고 15일 밝혔다.
강철보다 강하면서 강철의 절반 이하로 가벼운 섬유강화 복합재료는 항공기, 자동차, 풍력발전, 레저용품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단단한 특성으로 인해 유연성이 필요한 첨단 분야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단일 고분자만을 적용하는 복합재료를 넘어, 강성(Rigid)과 연성(Flexible)을 선택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복합재료 기술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다른 성질을 가진 고분자 수지를 한 번에 필요한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넣을 수 있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다중수지 토출공정(Multi-resin dispensing)’이라고 하는데, 다른 종류의 고분자 수지를 선택적으로 함침해 단단한 수지는 힘을 많이 받는 부위에, 유연한 수지는 접히거나 움직이는 부위에 골라서 넣을 수 있다.
이 공정을 이용해 연구팀은 대표적인 항공용 경량 구조재인 강성의 탄소섬유(Carbon Fiber)와 방탄 소재인 연성의 케블라섬유(Kevlar Fiber)로 일체형 복합재료를 제조했다. 하나의 직물이지만 어떤 부분은 튼튼하고, 어떤 부분은 부드럽게 접히는 일체형 하이브리드 복합재료가 탄생한 것이다.
신규 복합소재는 뛰어난 기계적 물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1000번에 이르는 반복적 접힘과 펼침에도 우수한 내구성을 유지했다.
기존에는 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려면 여러 재료를 조립하거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한 번의 공정으로 한 장의 재료에 ‘기능을 구분해서 넣을 수 있는’ 스마트한 방법이다.
또한 고가의 장비나 노동력 없이도 2분 내에 복합재료를 만들 수 있는 대량생산 공정으로 산업에 적용하기가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규 공정을 이용해 삼각기둥형 종이접기 구조물(TCO, Triangular cylindrical origami)을 설계해 자동화 공정으로 제작한 후 반복적인 접힘과 펼침 과정에서도 탁월한 내구성과 안정성을 검증했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고속성형 공정 개발로 다양한 산업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지금까지 유연성이 뛰어나 소프트 로봇에 적용 가능한 소재나 우수한 강성으로 구조재에 적용하는 소재는 각각 많이 개발돼 왔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강·연성을 하나의 구조에서 동시에 구현하는 복합재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로봇 관절부, 우주항공 전개 구조체, 웨어러블 기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폭넓은 활용이 기대된다.
성동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종섬유 적층 설계, 다중 고분자의 선택적 토출 공정과 종이접기 구조를 융합해 항공기 수준의 강성을 가지면서도 자유롭게 접고 펴는 전개가 가능한 일체형 복합재료를 수월하게 제조하는 기술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영화에서 보던 트랜스포머(Transformer) 로봇이나 태양광 돛(Solar sail) 우주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고분자복합재료연구실의 독자적인 연구로, 성동기 교수가 교신저자, 손승모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정승우 석사과정생이 공동저자로 수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미래기술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해당 성과는 국제 학술지 '컴퍼지트스 파트 비: 엔지니어링(Composites Part B: Engineering)' 2025년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