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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반응하면 예술, 몸 반응하면 외설? 그럼 박진영은?

그의 콘서트가 19금일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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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온라인뉴스팀기자 |  2009.12.24 15:25:43

▲박진영의


“마음이 반응하면 예술이고 몸이 반응하면 외설”이라는 말이 있다. 신체노출이 심하거나 선정적인 공연 혹은 작품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일 터이다. 그러나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딱 부러지게 구분하기 어렵다. 마음과 몸이 동시에 반응할 수도 있는 법이고,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박진영(37)은 이런 잣대를 갖다 대기 어려운 뮤지션이다.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그룹 ‘원더걸스’ ‘2PM’ 등을 키운 유명 프로듀서인 그는 스스로를 ‘딴따라’라 칭하며 성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대중문화에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박진영의 음악은 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 마음과 몸을 동시에 반응하게 만든다. 그 마음은 흥분과 긴장이요, 그 몸은 성적인 반응이 아닌 흥에 겨운 리듬의 표식이다. 박진영은 음악으로 예술을 할 생각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즐기길 바란다. 그에게 성적인 퍼포먼스는 자신을 표출하는 일환일 뿐이다.

23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2009 박진영 콘서트-나쁜 파티’는 이런 박진영의 특징들로 점철된 공연이었다.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규정에서 드러나듯 도발적인 장면이 많았다.

박진영은 1995년 2집 ‘딴따라’ 수록곡 ‘엘리베이터’로 무대를 열어젖혔다. 당시 섹시한 안무와 야한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노래다. 초반부터 성행위를 방불케 하는 춤이 이어졌고 박진영은 여성 백댄서들의 몸을 쓰다듬으며 청중을 흥분시켰다. 이어 ‘음음음’, ‘키스’, ‘딜리셔스’ 등 자극적인 노랫말과 끈적끈적한 댄스는 계속됐고 무대는 후끈 달아올랐다. 왜 19세 이상 관람가인 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가수 박진영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섹시한 노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애절한 발라드다. 박진영이 신나고 섹시한 댄스 음악 말고도 잔잔하게 감성을 울리는 발라드도 잘 만들고 잘 부르는 가수라는 것을 대중은 안다. 이번 공연에서도 ‘너의 뒤에서’, ‘영원히 둘이서’, ‘사실은’, ‘십년이 지나도’ 등 자신의 음반 수록곡과 가수 이기찬(30)에게 준 ‘또 한번 사랑은 가고’, 자신이 프로듀싱한 그룹 ‘2AM’의 ‘이 노래’ 등 발라드를 들려줬다. 유재하(1962~1987)의 ‘사랑하기 때문에’도 불렀다.

박진영의 발라드, 특히 현재 부르는 발라드가 더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사랑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혼했다. 박진영이 애절하게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현실의 그와 노랫말이 겹치며 팬들은 더욱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이 부분이 바로 19세 이상 관람가인 또 다른 이유다. 한창 파릇파릇한 사랑을 시작할 나이인 10대들이 이런 감정을 알 수 있을까. 청소년들의 사랑 감정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의 폭과 감정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좁은 10대는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콘서트장에서 자신의 사랑을 아픔을 알고 지켜 본 4000여 팬들과 직접 사랑의 아픔에 대해서 논하는 박진영을 보며 또 다른 그의 모습인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박진영은 역시 딴따라 박진영이었다. 바로 이어 2001년 6집 수록곡 ‘난 여자가 있는데’를 ‘난 여자가 없는데’로 개사해 부르며 팬들을 유혹했다. 여성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팔을 침대에 묶은 채 자신은 셔츠를 벗고 유혹하는 퍼포먼스는 공연을 절정으로 치닫게 했다. 해당 여성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시도한 행위였지만 팬들을 자극하기에는 더없는 퍼포먼스였다.

박진영은 이어 1998년 4집 ‘십년이 지나도’의 타이틀 ‘허니’와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빌리 진’을 절묘하게 조합,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유명한 캐럴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이어 자신의 히트곡 ‘서머 징글벨’을 연달아 부르며 크리스마스 시즌답게 특별한 선물도 팬들에게 선사했다.

박진영은 “해가 바뀌면 어느덧 서른여덟 살”이라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몸이 늙을 것”이라고 전했다.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몸을 사용하는 것 밖에 없어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고기도 안 먹는다”며 “이 몸으로 오래도록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 소원은 12월마다 공연을 펼치는 것”이라며 “내가 먼저 죽거나 여러분이 먼저 죽어 만나지 못하는 한 매년 12월에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바랐다.

박진영은 잘생긴 가수는 아니어도 섹시한 가수인 것은 분명하다. 긴 팔다리와 거기서 휘어져 나오는 유연한 몸놀림도 한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프로 의식에서 배어나오는 당당함과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사회는 일단 19세가 되면 어른으로서의 당당함과 책임감을 요구한다. 당연하게, 19세를 넘기면 자연스레 내재되는 성향이 아닌 데도 그렇다. 비록 사회적 강요에 의한 것이라도 당당함과 책임감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19세에 박진영 콘서트를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탐색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명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바로 19세 이상 관람가인 또 다른 이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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