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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정치와 기업⑫] 재벌개혁 핵심 ‘집단소송제’…3가지 필요한 이유

소비자 억울한 사례들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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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6.06 11:34:34

CNB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다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연재하고 있는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의 이번 주제는 ‘집단소송제’입니다. 이 제도는 오랜 세월 찬반 양론에 부딪혀 공전해 왔는데, 새 정부가 도입 의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됩니다. CNB가 이 문제를 2회에 걸쳐 집중조명 합니다. 상(上)편에서는 도입 필요성을, 하(下)편에서는 법안 개정의 향배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대규모 소비자 피해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소비자소송 안해도 보상 받아
소멸시효 없어 수년뒤에도 청구  
죄지은 기업은 자칫 도산 우려

집단소송제는 한 명의 피해자가 가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손해를 인정받으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나머지 피해자들은 별도의 소송 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다수 소비자들의 피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집단소송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증권 관련 분야에만 한해 적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비자 분야에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비자피해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약속했다.

경실련·금융소비자연대·서울YMCA·소비자시민모임·소비자와 함께·언론개혁시민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9개 단체가 보낸 질의서에서도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째, 소송 안해도 보상 받아  

왜 대통령은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이 제도가 왜 필요한 지는 몇 가지 경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카드 3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은 무려 약 1억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성명·주민번호·휴대전화번호·주소·직장명 등 개인정보는 물론 결제계좌·연소득 등 신용정보가 새나갔다. 막대한 유출건수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사태였다. 

이에 전국적으로 개인 또는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는 카드사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마저도 불복해 항소,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국장은 CNB에 “금소연에서는 1만2000여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카드 3사를 대상으로 공동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항소한 탓에 지금까지 배상받은 소비자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 경우 그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손배소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 기업이 소비자 겁낸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변호사 비용 등 경제적 부담과 시간상 제약, 그리고 피해입증을 스스로 해야 하며 해당 기업에서 내세우는 거대 로펌과 법정공방에 시달려야 한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손배소를 건 소비자가 승소했더라도 그 사람에게만 피해를 보상해주면 되기 때문에 데미지가 크지 않다. 즉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동일 피해 소비자는 배상 등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별다른 조치나 보상대책 없이 사업을 계속하게 되고, 유사 사건이 재발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집단소송제가 존재했다면 이런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몇 사람만 대표소송을 벌이면 될 일이다. 이들의 판결 결과에 따라 수백만명이 자동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막대한 보상금이 두려워서라도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데 노력하게 된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동일 사안으로 한 사람이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자동으로 구제 받게 된다. 시민·소비자단체들이 지난 2016년 6월 1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셋째, 소멸시효 무시해도 ‘OK’ 

또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의 방어 논리 중 하나인 소멸시효도 무용지물이 된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 그 권리가 소멸되는 제도다. 

기업들이 소멸시효를 내세워 보상을 거부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경우, 소멸시효를 의식한 카드사들이 재판을 최대한 길게 끌었다. 그러는 사이 올해 1월 8일자로 소멸시효 3년이 완성돼버렸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소멸시효 직전인 1월 7일 추가소송을 제기했지만 참여자가 2000여명에 불과했다. 앞서 재판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를 전부 포함하더라고 최종적으로 보상을 받게 될 사람은 수십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몇 년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도 마찬가지 경우였다.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금감원이 이들 보험사에 대한 징계에 나서자 징계를 코앞에 둔 시점에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2016년에서야 제대로 알려져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옥시 등 살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태 등에서도 소멸시효로 인해 제대로 보상받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는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 집단소송제 자체가 권리 행사이므로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제가 생기면 특정 기업에게 피해를 입은 다수의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일일이 소송을 하지 않아도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돼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줘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들은 패소할 시 막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과 소송 남발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몇 차례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기업들의 반발 등으로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下)편에서는 법안 개정의 전망에 대해 다룹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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