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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정치와 기업⑬] 20년 논란 집단소송제, 문재인 정부 결단 내리나

재벌개혁 핵심 키워드…법 개정 속도낸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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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2017.06.06 09:14:51

CNB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다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연재하고 있는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의 이번 주제는 ‘집단소송제’입니다. 이 제도는 오랜 세월 찬반 양론에 부딪혀 공전해 왔는데, 새 정부가 도입 의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됩니다. CNB가 이 문제를 2회에 걸쳐 집중조명 합니다. 상(上)편에서 도입 필요성 다룬데 이어, 이번 하(下)편에서는 법안 개정의 전망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등으로 인해 ‘집단소송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文 정부, 소비자 분야 도입 추진
재계 “소송남용·경쟁력 약화” 우려
국회 논의 ‘탄력’…통과 가능성 커

지난 4월 말 기준 정부에 신고 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5566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1181명이다. 

또 2008년 옥션 1000만명, 2011년 넥슨 1320만명·네이트 3500만명, 2014년 KT 1170만명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기업의 부당행위 등 잘못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자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구제받을 수 있다. 맹점은 소송을 한 당사자들만이 승소해야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에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본인이 명시적으로 배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동일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민·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집단소송제도의 도입 논의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있어왔다. 이후  소송 대상을 증권거래법상의 일부 손해배상책임으로 한정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돼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이 9건에 불과하고, 이 중 소송허가결정이 확정된 사건은 4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는 증권관련 분야에서만 한정돼 있는 집단소송을 전 분야로 확대함을 골자로 한  여러 건의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지만 통과는 요원하다. 

2004년 집단소송등에관한법률안(최재천 의원 대표발의), 2008년·2013년 집단소송법안(우윤근 의원 대표발의), 2014년 소비자집단소송법안(서영교 의원 대표발의) 등이 올라왔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된 바 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6월 서영교 의원(무소속)이 대표발의한 ‘소비자집단소송법안’과 같은 해 7월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집단소송법안’ 등이 계류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참여연대와 함께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을 공동발의한 상태다.

가장 최근 발의된 박주민 의원안은 ‘법원은 피해자가 50인 이상이며 구성원의 각 청구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주요한 쟁점을 공통으로 하고 집단소송이 총원의 권리실현이나 이익보호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인정 시 집단소송으로 해결할 것을 허가토록 한다’고 명시했다.

▲국회에 제출된 집단소송법안. (사진=국회)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국회에서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아직까지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진 않지만 언제 어떻게 현실이 될지 모를 관련 법안들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달가울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생기면 동일 피해를 입은 여러 소비자에게 배상을 해줘야 하기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즉, 남소(濫訴)의 우려다. 집단소송은 개별 당사자들의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패소에 대한 부담은 적은 반면 변호사는 많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어 무의미한 소송들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기업들 입장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외신인도가 약화될 수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재판 증가 및 법원의 업무 과중, 재판업무의 지연, 남소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된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소송회피를 위한 사전적 예방비용이나 사후 보상을 위한 보험비용 등을 결국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공산도 크다.

또한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도 집단소송제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 법체계와 다른 영미법상의 제도라는 점을 들어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송 남발 우려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실 측은 CNB에 “소비자들의 소송 대표자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두는 등 여러 가지 우려되는 부문에 대해 차단시키는 장치들을 법안에 담았다”며 “소송법인 만큼 향후 깊은 논의와 검증을 거쳐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찬성 여부 변수로 

문재인 정부 또한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재 소송법제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이 집단적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다수의 피해자들이 신속·효율적으로 구제를 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우선적으로 ‘소비자피해 영역’에서 집단소송제를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공약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경실련·금융소비자연대·서울YMCA·소비자시민모임·소비자와 함께·언론개혁시민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9개 단체가 보낸 질의서에서도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 소비자 분야에 한해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지만 사실 이는 전 분야에 도입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형 피해 사건들이 전부 유통·금융 등 소비자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를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적용대상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 국회 통과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해서 반드시 낙관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며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하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만큼 관련 쟁점도 많아 국회 법안심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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