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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리스 사태…“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과도한 복지정책, 탈세와 부정부패로 무너진 경제…타산지석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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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진우기자 |  2015.07.07 11:26:34

▲이진우 경제부장


그리스가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16억 유로(약 2조 원)을 갚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달 29일부터 은행 영업이 중단되고, 자본통제가 시작된 이후 국외로의 자금 유출까지 막혀 국가 경제가 마비된 상태다.

5일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 결정을 내렸다. 이에 그리스의 미래는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즐비해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리스가 몰락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과도한 복지지출 등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리스 비극의 진짜 원인으로 부유층 탈세와 부정부패 탓이 가장 크다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스 재벌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등으로 사업 등록지를 옮겼고, 스위스 은행 등을 통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 이들 부유층과 고소득자들이 연간 30조 원에 달하는 탈세를 하는 등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에 치중하는 동안, 정부는 과잉 복지로 나라 재정을 거덜 내기에 이르렀다.

또 그리스 공무원들은 ‘파켈라키(Fakelaki, 작은 봉투)’, 즉 뇌물 공여가 관행적으로 굳어져 있었고, 이것이 특히 부유층의 탈세를 방조하는 등 공직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물론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재정이 악화된 것이 그리스 위기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리스 전체 재정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부유층의 탈세만 막았어도 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부정부패와 맞물린 부유층 탈세와 자금의 해외유출이 결국 그리스 경제 전체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패한 부자들이 강조하는 애국심은 ‘서민들의 애국심’이지 ‘자기의 애국심’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외환위기(1997년 IMF) 때 서민들이 나라를 구하겠다며 금을 내다 파는 동안, 일부 부패한 부자들은 그 금을 싸게 사 모으며 “이대로!”를 외쳤다”고 말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때, 일부 재벌들은 이렇게 모인 금을 해외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변칙 거래로 2조 원대의 세금을 포탈했다가 검찰에 적발돼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결국 국민의 애국심을 팔아 자기 뱃속을 채웠고, IMF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며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졌다.

전 씨는 최근 ‘디폴트’ 선언을 한 그리스를 언급하며 “그리스가 망해도 해외 계좌 가진 부자들은 괜찮을 것이다. 현대의 부자들에게는 세금은 적게 걷고 탈세에 관대하며 돈을 존경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며 “부패한 부자들은 그런 나라만 사랑한다. 부패한 부자들의 ‘애국심’이 나라를 좀먹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몰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빚에 의존한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를 똑똑히 지켜보고, 이미 한국 경제의 거대한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재정 위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미시적 관점에서 보다 더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작은 불씨 하나가 한국 경제의 잠재된 뇌관을 건드려 경제 전체가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기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의 공언대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구조개혁을 거부하고 탈세와 부정부패로 파국을 맞은 그리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공·노동·금융·교육 등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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