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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29)] “더는 못 참아”…은행권 ‘이자장사’ 제동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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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2.08.01 09:26:52

금리 고공행진에 역대급 ‘이자장사’
서민경제 휘청거려도 예대마진 ‘쑥’
정부, 금리 산정 방식 낱낱이 공개
은행들 “시장 자율경쟁 제한” 반발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지만 시중은행들에게 불황은 없다. 오히려 역대급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대출 규모가 커지고 누적되면서 이익이 올라가고 있는 것. 하지만 고금리 ‘이자장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점점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장면1  은행 ‘이자장사’ 현황

바야흐로 고금리 시대다. 대출금리가 거침없는 수직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2020년 12월에 연 2.79%였으나 지난해 12월 연 3.66%였다. 올해 들어서 3월에는 3.98%, 4월에는 4.05%로 4%를 넘겼고 5월에는 4.14%로 치솟으면서 8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역시 올해 3월 3.39%, 4월 3.45%, 5월 3.60%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5월말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1.08%, 총대출금리는 연 3.45%였다.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 차 즉, 예대마진은 2.37%포인트로 이는 2014년 10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예대금리차(예금-대출간 금리차이)는 2020년 12월에 2.05%포인트, 20121년 12월 2.21%포인트, 2022년 3월 2.32%포인트, 2022년 4월 2.35%포인트로 좀체 좁혀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p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은 역대급 호황기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한국씨티은행 등 국내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6조9000억원으로 전년 12조1000억원 대비 39.4%나 늘었다. 이자이익은 46조원으로 전년(41조2000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올해는 상승곡선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 1분기에만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12조6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8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경제계는 금리 인상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2  은행 호황을 보는 ‘불편한 시선’

경제계는 일제히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브리프를 통해 “한미 정책금리 고려 시 물가안정과 외국인 자금 유출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급격한 인상은 자칫 국내 성장저하 와 가계 및 기업부채 부실화로 금융 불안정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높은 물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금융 부담이 급증해 투자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코멘트를 남겼다.

한계 상황에 처해있는 많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가계와 기업의 금융방어력이 취약하고, 실물경제도 부진한 상황인 만큼 향후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의 금리역전 현상에 유의하면서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을 통한 원화가치 안정 노력으로 금리인상 부담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좌불안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중소기업 대출은 60.3%가 담보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이 66.5%인 대기업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은행의 가산금리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계의 우려는 한마디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니,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달라는 얘기다.

 

은행의 대출금리 구성체계.(자료=금융위)


장면3  대출금리의 비밀

그렇다면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출금리는 당국의 모범규준에 따라 기준금리와 고객별 가산금리를 더한 다음 영업상황에 따른 우대금리 등의 추가 조정을 거쳐 확정된다.

여기서 대출기준금리는 개별은행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채·CD금리·코픽스 등을 주로 활용하지만, 가산금리는 업무원가(인건비·물건비), 리스크프리미엄, 법적비용, 목표이익률(마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등을 감안해 각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이러한 가산금리 책정은 영업기밀로 은행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지난 2018년 금감원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서 일부 가산금리 산정·부과 및 우대금리 운용 등이 체계적·합리적이지 못한 사례가 대거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고정값을 적용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우대금리를 축소 ▲고객의 소득정보를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동행 최고금리를 적용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어도 담보가 없다고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율을 수취하는 방법 등으로 대출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는 가산금리 산정체계가 불투명한데서 기인한다.

고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그중에서도 가산금리 책정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현재 고금리 시대를 맞아 그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4  칼빼든 정치권…‘가산금리’ 공개될까

이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대출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으로 원가(인건비·물건비) 산출시 대출 종류·규모 등에 따라 차등화된 원가를 적용토록 하고, 리스크프리미엄(조달금리–대출 기준금리)에서 조달금리 지표가 과다 산정되지 않도록 실제 조달금리를 잘 반영하는 지표(현행: 은행채➝개선: 예금·은행채 혼합, 코픽스 등)를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보유해야 하는 필요자본의 기회비용인 자본비용 산정시 경영계획상 목표 ROE(자기자본이익률) 또는 최근 실제 ROE 등 합리적 근거가 있는 수치를 기준으로 하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은행 자체적으로 준법감시부 등 내부통제 부서를 통해 연 2회 이상 금리산정체계를 점검토록 하고, 은행별로 대출 가산금리 산정 적정성, 차주 권익보호 사항 등을 살펴본다는 요량이다.

점검결과는 내부통제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고, 금감원 정기검사 과정에서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올해 3분기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이뤄질 예정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치권도 압박에 가세했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가산금리공개법(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은행이 정보 비대칭을 무기로 목표이익률을 높게 설정해놓고 가산금리를 야금야금 올리거나, 프리미엄을 대출수요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정하는 일이 없도록 가산금리를 세부항목별로 공시토록 했다.

가산금리 항목들이 각각 어떤 비율로, 어떻게 계산돼 결정되는지 가계와 기업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국회에는 대출금리와 관련한 관리·감독 강화는 물론 산정방식을 공개토록 하는 법안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사진=CNB포토뉴스)

장면5  은행의 항변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은행이 금리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하게 될 경우, 담합으로 규제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부정적 의견으로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면 은행 간의 공동행위를 촉발, 오히려 이자율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은행상품별 대출금리가 같아짐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은행의 리스크 회피 태도로 인해 기존 대출자에 대한 대출불가나 대출한도의 축소, 고신용 대출수요자에 대한 유치경쟁 심화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더불어 원가·마진 등 영업전략이 반영돼 결정되는 가산금리가 세부항목별로 게시된다면 결국 은행의 기밀이 노출되기에 정상적인 경쟁을 저해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지만,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도 추이가 주목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CNB뉴스에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산정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산금리체계가 합리적으로 이뤄지는지 감시가 필요하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은행에서도 ‘예대차익(예대마진)’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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