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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58)] ‘노동자 추천 이사’ 기업은행 닻 올리나

금융권 최초 시도…성공 열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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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2.24 09:08:25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IBK기업은행에서 꿈틀대고 있는 ‘노조추천이사제’다. (CNB=이성호 기자)

 

지난 1월 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기업은행 김형선 노조위원장(사진 좌)과 윤종원 은행장(우)이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수년째 표류
윤종원 행장 추진 약속에 기류 변화
경영권 침해 우려 여전해 난항 예상


금융권에서 노조(근로자)가 추천한 이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IBK기업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업은행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윤종원 신임 행장과 김형선 노조위원장이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서명했는데 여기에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

이 자리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당시 당선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당시 당선인) 등도 함께 참석했다.

노동조합의 바람만이 아닌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일단 노조추천이사 도입이라는 목표점을 향한 활시위가 당겨진 것이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말 그대로 노동자 또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기업 이사회의 이사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공식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CNB에 “올해 연말쯤부터 공식적으로 추천 이사 선정 작업을 진행해 은행장이 금융위원회에 제청할 수 있게끔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며 “최종적으로 노조추천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사측과 긴밀히 대화하며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이사회는 은행장, 전무이사,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노조추천이사가 들어갈 자리는 사외이사다. 중소기업은행법·정관 등에 따라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경영·경제·회계·법률 또는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토록 돼 있다.

현재 4명의 사외이사 중 2명(김정훈, 이승재)이 내년 2월과 3월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중 한자리를 노조가 미는 이사를 앉힌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에도 노동 사외이사를 추진한 바 있다. (사진=노조) 


‘노동이사제’는 아직 먼 길

이처럼 금융권 최초의 노조 측 이사회 진출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기업은행발 노조추천이사제는 엄밀히 볼 때 문재인 정권에서 내건 노동이사제와는 결이 다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근로자)가 기업 이사회의 이사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공식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반면,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 간부 등이 직접 이사로 참여하지 않고 추천한 외부 인물을 앉히는 것으로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다.

국회 등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유럽 19개국에서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특별시가 산하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이래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 경상남도, 경기도, 울산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라며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금융위에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공공기관이 아닌 KB국민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한국씨티은행 등 민간금융회사 역시 공공적 특징이 있으므로 명칭을 ‘근로자추천이사제도’로 해, 이해관계자간 심도 있는 논의 후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추천한 바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추진,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점차 민간영역까지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한다. (사진=CNB포토뱅크)


몇 년째 변죽만 울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동이사제를 담은 ‘상법 일부개정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금융노조가 내밀고 있는 것은 노동이사제가 아닌 그나마 거부감이 덜한 노조추천이사제다.

금융권의 뿌리 깊은 고질적 병폐인 낙하산 인사,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을 측근들로 채워놓는 행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개선 등 갖가지 전횡을 막기 위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노동추천이사제 시도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앞서 금융노조 소속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3차례 근로자추천 이사를 추진했지만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번번이 좌초됐다. 한국수출입은행 노조(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도 올해 1월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무산됐다.

이번에 노조추천이사제 불씨를 당기고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는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해에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이 역시 금융위의 반대로 무위로 끝난 바 있다.

사실 그동안은 일방적인 노조 측 주장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이 사안을 노조와 약속했으며, 성사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노조추천이사제를 담은 기업은행 ‘노사 공동선언’ 자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조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보수층 따가운 시선 여전

 

(사진=CNB포토뱅크)

문제는 노조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을 고깝게 보는 재계와 보수정당의 부정적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

국회 등에 따르면 특정한 이익을 내세울 수 있고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사안에 대해 노조의 동의 때문에 지연되거나 투자위축 등 공격적 결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등 반대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경영에 관한 중요 정보를 접합 수 있는 이사의 지위를 이용, 노조에게 그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경우 비밀유지가 요구되는 사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게 되거나 심지어는 사업 자체의 성사까지도 곤란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

이런 시각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CNB에 “노동이사제는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오히려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국면에서 노조가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공모 등을 통해 추천한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에 영입하는 것이지 노조 간부가 직접 뛰어들어 경영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어 “노동자 입장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을 건전하게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한명쯤은 있어야 된다는 판단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금융공공성 강화 및 노동자와 경영자가 함께 경영 결과에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측의 기대처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노조추천이사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면, 시중은행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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