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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동의보감과 '침향·용뇌향’

사향 없으면 효능 같은 용뇌향 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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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양승엽기자 |  2012.01.09 15:16:13

요즘 TV홈쇼핑 광고를 통해 ‘황제가 복용한 약’이라는 ‘X황제공진원’이란 이름의 건강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광고에서 '사향의 대용으로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귀하다'고 하는 '침향'은 과연 신비의 명약일까? 침향은 사향을 대신하는 약제일까?

필자는 ‘동의보감에 기록된 침향’을 살펴봤다. 그리고 전편의 사향 보다는 약력이 못하지만 사향에 버금가는 약성을 가진 용뇌향도 살펴봤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침향과 용뇌향

동의보감 원문에 '67. 침향(沈香·침향나무 진)−진③−침향은 성질이 열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性熱·味辛(一云苦)·無毒] 풍, 수, 독으로 부은 것을 다스리고 나쁜 기운을 없애며 가슴앓이와 배가 아픈 것을 멎게 한다. 또 정을 도와 양을 성하게 하고 냉과 풍으로 마비된 것과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거나 쥐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主風․水․毒․腫, 去惡氣, 止心․腹痛, 益精․壯陽, 治冷․風麻痺, 霍亂․吐瀉․轉筋)'

'중국의 영남과 광동, 광서지방에서 난다. 그 지방 사람들이 침향나무를 보고 칼로 베어 홈을 만들어 두면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빗물이 스며들고 난 뒤에 향이 뭉쳐진다. 그것이 굳고 검으면서 속이 옹골차서 빈 데가 없으면서 물에 가라앉는 것을 '침향'이라 하고 물에 뜨는 것을 '전향'이라 한다. '전향' 가운데서 생김새가 수탉의 다리뼈처럼 생긴 것은 '웅골향'이라 하고, 말발굽처럼 생긴 것을 '마제향'이라 한다. 비록 물에 가라앉더라도 속이 빈 것은 '계골향'이다. 불에 태우면 아주 맑고 진한 향기가 난다.(生嶺南·交廣, 土人見香·木, 必以刀斫·成坎, 經年得雨水所漬, 逐結香, 其堅·黑·中實, 無空心·而沈水者爲沈香, 浮水者爲煎香, 煎香中形如雞骨者爲雄骨香, 形如馬蹄者爲馬蹄香, 雖沈水·而有空心則是鷄骨也, 燔之極淸·烈)(본초)'

'침향은 능히 여러가지 기운을 도와준다. 위로는 머리 끝까지 가고 아래로는 발밑(용천)까지 가므로 사약으로 쓰인다.(沈香, 能養諸氣, 上․而至天, 下·而至泉, 用爲使)(탕액)'

'달이는 약에 넣을 때는 갈아서 넣어 먹고 환약이나 가루약에 넣을 때는 따로 아주 곱게 갈아서 쓴다.(入湯, 磨刺腹, 入丸·散, 另硏極細用)(입문)'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 원문에 '79. 용뇌향(龍腦․香·페르시아 삼나무 진)−진⑦−용뇌향은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맵고 쓰며 독이 없다.(性微寒(一云溫平)·味辛·苦·無毒) 눈에 생긴 내장과 외장을 다스리고 눈을 밝게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이 붉어지면서 부예가 생긴 것을 치료한다. 또 가슴과 배에 있는 사기와 풍과 습, 적취를 없애고 3충을 죽이며 5가지 치질을 치료한다.(主內·外障眼, 明目, 鎭心, 去目赤, 膚瞖, 心․腹邪氣, 風·濕·積聚, 去三虫, 治五痔)'

'영남지방에서 난다. 생김새는 매화꽃판 같은 것(상품)이 효과가 좋다. 그 맑은 향기는 여러가지 약들 보다 앞설 수가 있으나 늘 먹을 약은 아니다. 한가지만 쓰면 약힘이 약하게 되지만 좌약이나 사약으로 쓰면 효과가 좋아지게 된다. 차(목부−87)에 넣고 마셔도 좋다. 찹쌀(곡부−28) 태운 재와 상사자를 합해 저장해 두면 향이 날아가지 않는다.(出嶺南, 狀若梅花瓣者·甚佳, 其淸香爲百藥之先, 然非常服之藥. 獨行則勢弱, 佐·使則有功, 於茶亦相宜, 合糯米·炭, 相思子貯之, 則不耗)(본초)'

'곧 파률국(페르시아)에 있는 삼나무 진이다. 용뇌향은 삼나무에서 흘러내린 향기로운 액체다. 생김새는 송진(목부−06)과 비슷하고 삼나무 냄새가 나며 투명하면서 매화꽃판 처럼 깨끗한 것(상품)이 효과가 좋다. 약에 넣을 때는 따로 갈아서 쓴다.(卽婆律國, 杉木脂也. 腦, 乃流出香液也, 形似松脂作杉木氣, 明·淨狀若梅花瓣者·佳. 入藥, 另硏用)(입문)'

'용뇌는 화에 속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찬 약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 성질이 심하게 기운을 흩어버리는 작용이 있어서 찬 약과 비슷하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먹이면 환자의 기운이 곧 다 흩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향기가 센 약은 기운을 헤치는 작용이 빠르다.(龍腦屬火, 世人誤以爲寒, 而不知其性散甚, 似乎寒耳, 人欲死者呑之, 氣卽散盡盖, 芳之甚․而散之速也)(단심)'

'용뇌는 신에 들어가서 뼈의 병을 치료한다.(龍腦, 入腎治骨)(강목)'

'상사자는 영남지방에서 나는데, 나무의 높이는 10여자나 된다. 씨는 검붉은 것(상품)이 효과가 좋다(相思子, 出嶺南, 樹高丈餘, 子赤·黑間者․佳)(본초)'

'검정콩(곡부−13)이나 등심초(초부−252)와 함께 보관하면 향기가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今以黑大豆, 燈心草同貯, 易不耗)(속방)'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 원문에 '처방할 때 약을 배합하는 방법(制藥−方法)−약에는 군약·신약·좌약·사약이 있어서 서로 퍼져 나가게도 하고 거둬들이게도 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처방을 구성해 합할 때 군약 1·신약 2·좌약 3·사약 5로 해 쓰거나 군약 1·신약 3·좌약과 사약 9로 해 쓴다.

요즘 약처방 구성을 살펴보면 마치 옛날에 국가 기구에 인원을 알맞게 배치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만약 군약이 많고 신약이 적거나 신약이 많고 좌약이 적으면 약의 효과가 두루 미치지 못하게 된다.(藥有君·臣·佐·使以相宣·攝, 合和宜用一君·二․臣·三․佐․·五使. 又可一君·三臣·九佐·使也. 今按用藥, 猶如立人之制, 若多君·少臣·多臣·少佐, 則氣力不周也)(서례)'

'군약을 제일 많이 넣고 신약은 그보다 적게 넣으며, 좌약은 그보다 더 적게 넣는다. 그렇지만 주로 치료하는 효능이 같은 약일 경우에는 같은 양으로 한다.(爲君者·最多, 爲臣者·次之, 佐者又次之. 藥之於證, 所主同者, 爲等分)(동원)'고 기록돼 있다.

(주 : 1.위 본문은 필자의 '물고기 동의보감'에서 인용했다. 목부−06, 67, 79, 87은 약으로 쓰이는 나무 158종 중에서 6, 67, 79, 87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곡부−13, 28은 약으로 쓰이는 곡식 106종 중에서 13, 28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초부−252는 약으로 쓰이는 풀 267종 중에서 252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이같은 방법으로 1천403종의 탕액에 하나하나 번호를 매겨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를 '양승엽코드'라고 이름지었다. 나무에서 나오는 진으로 된 약제에 관한 전체자료를 찾고 싶으면 ‘−진’란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나무진으로 된 모든 탕액자료(13종)를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 : 2. 필자는 약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거나 진품인 것을 상품이란 용어로, 품질이 낮거나 가짜를 하품이란 용어로 '양승엽코드'를 만들면서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약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거나 진품약재를 찾고 싶으면 ‘상품’이란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모든 탕액자료를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 : 3. 침향의 셋째 조문에서 사약이란 군약, 신약, 좌약, 사약에서의 사약이다. 즉 사약은 주된 약제를 보조하는 약제다)

◇침향과 용뇌향

동의보감 원전에 침향은 '중국의 광동·광서지방에서 난다'고 했다. 요즘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침향은 결코 신비하거나 가격이 비싼 약제가 아니다.

윗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사람이 침향나무에 상처를 내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속에 침향나무에서 나온 진이 뭉쳐져서 침향이 만들어진다. 침향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 종류는 속이 옹골차서 빈 데가 없으면서 물에 가라앉는 '침향'과 물에 가라앉더라도 속이 빈 '계골향'이다. 다른 종류는 물에 뜨는 '전향'이다. 전향 중에서 생김새가 수탉의 다리뼈처럼 생긴 것을 '웅골향'이라 하고, 말발굽처럼 생긴 것을 '마제향'이라 한다.

현재 국내에는 물에 가라앉는 종류의 '침향'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침향'은 육안으로는 품질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기 때문에 구입할 때는 반드시 세가지 검사를 해봐야 한다.

첫번째는 물에 띄워봤을 때 곧바로 바닥에 가라앉아야 한다. 물에 가라앉지 않고 뜨거나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것이 있다면, 침향나무 진이 속까지 스며들지 않고 겉만 침향의 모습을 한 '하품'이다. 약 작두로 절단해 속을 살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침향을 성냥개비 모양으로 길쭉하게 절단해 불에 태우면, 속에 고여 있었던 침향나무 진이 베어 나와 부글부글 끓으면서 아주 맑고 진한 향기가 난다.

세번째는 ‘환약이나 가루약에 넣을 때는 따로 아주 곱게 갈아서 쓴다’는 원문 처럼 아주 곱게 간 침향에 플라스틱류의 약 숟가락을 대보면 마치 자석에 쇳가루가 달라붙듯이 침향이 '성게가시' 모양으로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

이 세가지 검사를 통해 침향의 상품과 하품의 진위를 알 수 있다.

용뇌향의 성질과 작용은 윗글을 읽어보면 된다. 요즘은 합성 용뇌향도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본 컬럼은 '동의보감'이 기준이다. 그러므로 민간에서 녹차를 마실 때 페르시아 삼나무진에서 나온 ‘천연 동의보감 용뇌향’을 갈아서 조금만 넣어 마시면 녹차의 맛과 효능이 더 좋아지게 된다.

윗글의 동의보감 원문만 읽어서는 침향과 용뇌향의 작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차이점을 잘 알 수 없다. 침향과 용뇌향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나무의 진으로 된 향기가 나는 약은 사향처럼 몰린 기운이나 막힌 기운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다.

요약하면 그 중에서 사향이 효력이 제일 센 약제이고, 용뇌향은 사향 보다는 효력이 약하지만 두번째로 센 약제다. 그래서 앞 편에서 ‘사향의 효능은 용뇌향과 같다. 차이점은 향기와 뚫고 들어가는 기운이 용뇌향 보다 더 세다’고 했다.

즉 사향과 용뇌향은 내려주는 힘이 임신부를 유산시키는 작용이 있을 정도로 강력해서 임신금기약에 속한다. 그러나 침향은 내려주는 힘이 이 보다 미약해 임신금기약에는 속하지 않고, 다만 신경과도로 인한 울증(스트레스)에 몰린 기운을 내려주는 약으로 쓴다.

그러므로 사향이 없으면 대용품으로 효능이 같은 용뇌향을 쓰라는 의미다.
필자는 여러 의서를 살펴봐도 ‘침향이 사향을 대신한다’는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TV홈쇼핑 광고에서는 마치 침향이 사향의 효능을 대신하는 것처럼 암시하고, 의료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과대광고를 해 한의학을 문란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어느 문헌에서 '공진단에 사향을 대신해 침향을 쓴다’는 내용이 있는가? 통탄할 일이다.

◇협회, 학계 나서 바로잡아야

윗글에서 살펴봤지만 ‘사향을 대신하는 약제는 침향’이라는 근거없는 내용으로 건강식품회사가 무책임한 의료인을 앞세워 엉터리 광고를 통해 한의학을 문란하게 하면서 왜곡시키고 있다.

앞글의 ‘동의보감 십전대보탕’편에서 이야기했지만 건강식품회사에서 의료인과 원전의 처방명을 함부로 도용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한의학이 이 지경이 된 것은 한의사협회나 학계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계나 협회가 하루빨리 나서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동의보감에 투명인간이 되는 내용이 있다’는 억지 트집을 부리는 사람이나, '2013년 동의보감 유네스코 기념의 해’를 배 아파 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한의학이 비과학적이고 엉터리’라는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필자는 ‘한의학을 과학화한다'는 XX제약 식품사업부나 다른 건강식품회사를 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건강식품에 ‘X황제공진원’ 처럼 ‘공진’라는 한의학적 용어를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영 마땅치가 않다.

바라건데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식품회사들은 한의학원전을 함부로 도용해 상술에 쓰지 말고 회사 설립 취지에 맞게 독자적인 방법으로 식품으로서의 건강식품산업을 발전시켰으면 한다.

예컨데 한의학이 없어진 일본식 모델이나 독일처럼 한의학 고유의 영역을 넘보지 않으면서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다음 글에서는 사향과 용뇌향, 침향 등 ‘향으로 된 약제’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로필>
1987년 대구한의대 한의학과 1회 졸업
1987년~현재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2011년 ‘물고기 동의보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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