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이론을 아는가? 지구를 하나의 여신, 가이아(Gaia)로 보고 생물권·무생물 환경·인간적 요소가 한데 어울려 자기조절 시스템을 만든다는 통섭이론이다. 이 책은 가이아 이론을 35년 전에 제시했던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환경 대재앙을 예고하며 그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환경 대재앙을 가이아가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복수’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 복수를 막기 위해 지구온난화로부터 시작되는 각종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의 대책은 단순하다. 지구가 정화를 할 수 있게끔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곧 극소수의 서식 가능지역에서 유랑하는 소수종으로 전락하게 될 거라는 끔찍한 예견을 하기도 한다.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방불케 하는 예고다.
이 책은 몇 가지 극단적 처방을 통해 환경 대재앙에 대비할 것을 얘기한다.
1. 재생에너지 개발을 멈춰라
2. 원자력은 독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3. 유기농법을 포기하라
4. 치명적인 3C(연소combustion, 소cattle, 전기톱chainsaw)를 중단하라
5. 인간의 삶 자체를 가이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6. 행성 규모의 거시공학으로 해법을 모색한다
7. 우리들 인류 문명에 대한 대책들
이 그것이다. 이 처방전을 꿰뚫는 핵심은, 이미 포화 상태인 지구를 위해 뭔가를 ‘하려고’하지 말고 ‘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지구에 무리를 주는 일은 최대한 자제 하고, 원자력과 같이 효용적인 작업들을 통해 지구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기농법이나 재생에너지 같은 운동 조차도 가이아에 무리를 주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저자 제임스 러브록은 2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을 집필하여 왔고, <뉴 사이언티스트>지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중 한명’, ‘환경 운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35년 전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 가설’을 들고 나왔을 때 학계로부터 홀대를 받았다. 과학자가 지구를 거대 생명체로 본다는 전제는 스스로 과학계의 ‘이단아’임을 자처하는 일이다. 그의 처방전은 지구의 ‘건강’ 자체가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처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구의 대재앙을 예측하는 학계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이 때, 저자가 제시하는 바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종서적 펴냄.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