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긴급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 제출…“사법독립 침해”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지귀연 판사도 불출석
與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오만한 태도”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주도로 열리는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사법 독립 보장 취지에 반한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조 대법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법사위에 제출하면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및 국회법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이번 청문회가 헌법 103조, 법원조직법 65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 및 국회법 37조 1항 제2호 바목 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들도 “대체로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한 합의 과정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 불출석 의사는 밝혔으며, 이외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유죄 취지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 것과 달리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오 대법관도 자필로 쓴 의견서에서 “현직 법관으로서 본인이 재판에 관여한 사건에 관한 법리적 견해는 판결서를 통해 표명했다”면서 “여기서 더 나아가 그에 이르게 된 경위나 심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한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인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사료된다”고 적으면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역시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 이흥구 대법관도 “이번 청문회는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관해 그 성립 경위나 합의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계속 중인 재판의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이숙연 대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의 합의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대법관으로서 계속 중인 재판의 내용에 답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박 대법관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합의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법관으로서 합의 과정 등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 부장판사는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므로 헌법 103조, 법원조직법 65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며 “청문회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며, 참고인으로 채택된 한인섭 변호사는 지방 강연을 이유로 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불출석 딥변은 이들이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가 지난 5월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들은 “이토록 성의 없는 의견서 뒤에 숨어 또 어떠한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 뒤에 숨어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번 청문회는 판결 내용 자체가 아닌, 기록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조급한 판결과 그로 인한 대선 개입 의혹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안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과 책임자 문책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조희대 청문회는 결코 정치적 논쟁도 아니고, 형식적인 절차도 아닌 '사법 쿠데타' 대선 개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거듭 밝히면서 “조 대법원장이 주장하는 ‘사법부의 독립’은 결코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될 수 없다. 사법부 독립은 정의로운 판결과 그에 따른 국민의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지켜진다.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에 출석해 그날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앞서 법사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민주당 등 범여권의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을 전격적으로 의결한 바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및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사위원들은 지난 26일 불출석 사유서를 낸 법관들 외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한 변호사 외에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및 노행남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언론인 정규재 씨, 김선택 고려대 교수 등을 참고인으로 신청·채택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