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산업분야에서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3%룰)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감사 선임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주총 의결정족수 미달 사태 유발
여권에선 완화 아닌 강화 움직임
공 넘겨받은 21대국회 선택 주목
재계에서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3%룰)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임원 보수 한도 승인, 이사 선임 등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고 출석주식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이때 의결 주식수 제한은 없다. 가진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감사를 선임할 때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3%(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제한하고 있다. 그 외 주주 또한 개별 3%로 의결권을 묶어 놨다. 감사 및 감사위원은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가 지난 3월 31일까지 2019사업연도 12월 결산 상장회사 총 2029개사(유가 754개사, 코스닥 1275개사)의 정기주주총회 개최 현황을 조사한 결과 340개사(16.8%)에서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340개사(유가증권 66개사, 코스닥 274개사)의 부결안건 중 감사(위원) 선임이 315건으로 전체의 92.6%나 차지했다. 무엇보다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또 그 친족(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 3%룰에 발목을 잡혀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쉽지 않은 탓이 컸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주총 부결사는 188개사로 안건 238건 중에서 감사(위원) 선임이 149건(62.6%)으로 가장 많았다.
재계 “경영권 위협…폐지해야”
이에 경제계에서는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3%룰을 폐지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대주주 의결권에 대한 제한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라는 것.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한 경영계 요구를 담은 경제·노동 분야 40대 입법 개선과제에 포함시켜, 기업 경영의 안정성과 영속성 확보를 위해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감사위원도 이사로서 이사회의 주요 결정에 참여한다며, 투기 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때, 소버린이 소유한 SK 주식 14.99%를 쪼개 각 2.99%씩 나눠갖게 해 모든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SK 최대주주 측은 3%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상근감사를 두는 대신에 설치하는 ‘감사위원회’ 또한 논란이다.
상법에 따라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기아자동차, 삼성물산, 현대제철, LG전자,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SK텔레콤, 롯데쇼핑, 카카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삼성전자,신세계, 지역난방공사, KB금융, 삼성카드, OCI,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효성, KT&G,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CJ ENM, 넷마블, 삼성전기, 금호타이어, 한온시스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하나금융, 현대해상 등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진의 경우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어서자 지난 2019년 감사위원회를 도입했다. 한진 관계자는 CNB에 “현재 자산은 현재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3월 경영투명성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회사의 회계와 업무를 감시하고 이사회가 위임한 사항을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제도 역시 역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위원회 의무설치회사의 경우 비의무회사와 규제 적용이 다른데 먼저 사내이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마찬가지로 3%룰이 적용된다. 반면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모든 개별 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음)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동일한 감사위원 간 차별적으로 3%룰을 적용하는 것은 규제의 일관성·정합성이 미흡하고, 결국 최대주주의 의결권만을 제한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세력이 연합해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역효과를 발생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일부 주주 또는 단체 등 특정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오·남용가능성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깨기 쉽지 않은 ‘3%룰’
이처럼 경제계의 불만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상법 제정 당시부터 유지해온 3%룰이 깨질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에 3%룰을 폐기토록 하는 관련법이 계류돼 있었지만 제대로된 찬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더구나 정부는 상법을 개정하되 오히려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뒀었다. 이른바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따로 선출토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카드다.
이 카드가 등장한 배경은 3%룰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감사위원은 이사로 선임된 자 중에서 맡기는 일괄선임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서는 감사위원이 되려면 먼저 이사가 돼야 하며, 이사 선출 단계에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3%룰이 작동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 즉, 룰을 벗어나 대주주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정부에서는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분리해 따로 뽑아 3%룰을 적용시키려고 상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법안 심의는 진전이 없었다. 곧 20대 국회가 종료됨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새판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다.
경총·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는 이를 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다.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며 3%룰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경제계를 바라보는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싸늘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3%룰을 없애라고 하는 주장하는 것은 대주주 입맛에 맞게 감사를 뽑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뿐으로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면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안 등을 찾으면 된다”고 일축했다.
결국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개원과 함께 입법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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